[MUFFLER] 전당대회서 펼쳐진 김진태 '코어 팬덤'의 행동력

머니투데이 고양(경기)=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 2019.03.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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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표는 나야 나.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야 나.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한데 모여 당 대표와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이날 최대 하이라이트는 물론 새 대표가 누가 될 것이냐.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등 세 후보가 경쟁했지만 사실 이번 전당대회는 답정너였어.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더니 그것이 현실이 됐거든.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연설에서 황교안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어 주십시오!"라고 외쳤어. 어차피 이길 거지만 이왕이면 큰 표 차이로 이기게 해달라는 얘기겠지. 득표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이 실릴테니까.

근데 말이야. 선거란 게 경쟁이 치열해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건데 '어대황'이라니, 너무 싱겁지 않아? 전당대회의 재미 요소가 1도 없는 걸?



이라고 하기엔 다행히 '2위 싸움'이 치열했다는 거. 보통의 선거나 경기에선 1위 싸움이 중요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달랐다는 거. '중도·개혁보수야, 내게 힘을 줘!' 오세훈 후보와 '태극기 부대의 덕심에 5·18 망언이란 기름을 뿌리리' 김진태 후보, 두 사람 중에 누가 2위에 오를 것이냐가 더 관심을 모았지.

결과는 기호 순서대로였어. 기호 1번 황교안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됐고 기호 2번 오세훈 후보가 2위, 기호 3번 김진태 후보가 3위를 기록했지. 김진태 후보가 막판에 치고 나오면서 2위에 오른다면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po태극기 부대wer 였을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선 오세훈 후보가 2만1963표, 김진태 후보가 2만955표로 비슷했어. 최종 결과에 30%가 반영되는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선 오세훈 후보가 환산득표수 2만690표나 받은 반면 김진태 후보는 4969표밖에 얻지 못했어. 김진태 의원의 코어 팬층은 매우 단단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별로라는 현실이 결과로 나온 거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개표 결과. 기호 순서대로 1, 2, 3위잼.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개표 결과. 기호 순서대로 1, 2, 3위잼.
민심은 이러했지만 김진태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에겐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는 당연히 김진태 후보였나봐. 어대황이고 뭐고 김진태 후보가 1위인 게 당연한 일이었나봐. 황교안 신임 당 대표가 축하를 받으며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동안 김진태 후보의 지지자들은 끊임없이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어. "황교안이 대표라니! 김진태가 아니라니! 이건 조작이야!"라면서.

무대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와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당선을 기뻐하며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당원들이 빠져나간 행사장 뒤편에선 소수의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남아 '조작 투표'를 부르짖으며 분노의 욕설을 쏟아내고 있었지.

 "당 대표 조작이다!"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일부 당원들. "당 대표 조작이다!"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일부 당원들.
김진태 후보 덕후들의 행동력은 엄청났어. 나중엔 아예 전당대회장 입구에서 일렬로 서서는 확성기를 들고 "당 대표는 조작이다!"를 반복해서 외치더라고. 10명 안팎의 적은 인원이었지만 존재감만큼은 100명 못지 않았어. 이들이 입구를 막아서는 바람에 전당대회장을 나가려는 사람들은 구석 한편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편 그 시각 황교안 대표는 안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어. 마침 '통합'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이렇게 답했지. "기본적으로는 당내 통합이 중요하다. 우리 안에도 여러 계파 얘기들이 있고 한데 지금 이제 자유한국당의 계파는 없어졌다. 되살아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황교안 대표의 말대로 당 내 계파는 사라졌을지언정 김진태 의원의 덕후들과 태극기 부대는… 게다가 '5·18 망언'에 대해 김진태, 김순례 의원을 징계할 건지 말 건지도 결정해야 하는 판에…

신임 당대표가 뽑히자마자 다른 편에서 '조작' 얘기가 나오는 자유한국당. 그리고 그 당의 새로운 수장이 된 황교안 대표. 앞으로 또 무슨 흥미로운 일들이 펼쳐질지 지켜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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