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했는데 주가 '뚝'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3.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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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 상위 종목 대부분 수익률 마이너스…반대매매시 손실 우려

빚내서 투자했는데 주가 '뚝' 어쩌나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 주식을 산 신용거래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가 대부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는 일반 거래와 달리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강제로 매도돼 큰 손실로 이어진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 관련 사업을 하는 오르비텍 (3,300원 ▼5 -0.15%)은 전날 주가가 하한가에 가까운 26.76% 급락했다. 이날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로 주목받았지만,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문제는 오르비텍의 신용거래 비중이 높아 추가 하락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신용거래 잔고율(상장주식수 대비 신용거래 주식수 비율)은 11.74%로 코스닥 종목 중 가장 높다.



신용거래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자기 자본을 적게 들이고 투자가 가능해 주가가 오를 경우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진행돼 손실이 크다.

통상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치가 대출금액의 140% 밑으로 내려가면 그 차액만큼 강제로 매도된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반대매매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하락폭을 더 키우기도 한다.

오르비텍은 지난달 1일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사업영역 중 방사성 물질을 폐기·처리하는 사업이 있어 북한 비핵화에 따른 최대 수혜업체로 꼽혔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서 신용거래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달 1일과 7일 주가는 각각 15.62%, 16.14% 뛰었고 하루 10만~20만주 수준이던 신규융자거래는 8일 229만주, 9일 369만주로 급등했다. 8~9%대였던 잔고율도 12%대까지 치솟았다.

한 때 최고 7510원까지 찍었던 오르비텍의 주가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4900원으로 급락했다. 주가가 급등하기 이전인 1월 말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기간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다.

오르비텍 뿐 아니라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다른 종목들도 최근 수익률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코스닥에서 신용거래 잔고율 11.11%로 2번째로 높은 아세아텍 (2,275원 ▼10 -0.44%)은 지난달 13일 6720원에서 28일 4715원으로 29.8% 하락했다. 아세아텍은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소차 관련주로 떠오르며 연초 강세를 보였던 자동차 부품업체 우수AMS (3,040원 0.00%) 역시 신용거래가 몰리며 잔고율 10.9%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2월 내내 약세다. 남북경협 수혜주였던 철도신호업체 대아티아이 (3,140원 ▲50 +1.62%)(잔고율 10.6%)도 주가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

코스피에서도 잔고율이 높은 한창제지 (851원 ▼7 -0.82%)(9.49%) 세우글로벌 (1,569원 ▲10 +0.64%)(9.48%) 일진다이아 (13,780원 ▼60 -0.43%)(9.33%) 한국내화 (2,885원 0.00%)(9.01%) 등 대부분이 최근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주식의 공통된 특징은 변동성이 큰 테마주라는 것이다.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을 보고 '대박'을 기대하며 신용거래에 나서지만 대부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거래는 반대매매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신용거래가 많은 테마주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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