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액티브 주식투자 가르치는 건 마약하라는 것과 같아"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2.23 06:20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길게보고 크게놀기]부자 멍거의 투자철학⑪

편집자주 찰리 멍거의 20년간 강연과 대화가 수록된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 2005)을 통해 투자철학의 정수를 살펴봅니다.




매년 5월 미국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주와의 질의응답시간도 있는데, 주로 버핏이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멍거는 한 두 마디 거들기만 한다.

미국의 멍거 팬들이 더 좋아하는 행사는 매년 2월 개최되는 데일리저널의 주주총회다. 데일리 저널 이사회 의장인 멍거가 이날 주식시장에 관한 자신의 생각도 얘기하고 참석자로부터 1시간 넘는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열린 데일리저널 주주총회에서도 멍거는 미국 경제방송 CNBC, 로이터 통신이 뉴스를 내보낼 만큼 의미심장한 말을 쏟아냈다. 이날 멍거의 직격탄을 맞은 건 액티브펀드, 증권방송 및 투자은행 등이다.



◇상당한 기간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를 앞설 것

이날 멍거의 말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사람들에게 주식을 가르치고 (특정 종목을 골라)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헤로인(=마약)을 시작하게 하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었다. 대신 주식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멍거가 추천한 건 인덱스 펀드다.

멍거는 일반적인 액티브펀드 매니저는 S&P500지수와 같은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한 기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투자가 (특정 종목을 골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투자 수익률을 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패시브투자가 대세다. 대표적인 인덱스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는 지난 10년간 약 5배나 커졌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 리서치업체 ETFGI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는 5조 달러가 넘는다.

그렇다면 버크셔해서웨이가 시장(=인덱스펀드)을 이기는 이유는 뭘까? 버크셔해서웨이는 인덱스펀드가 아니라 액티브펀드에 가깝다. 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이유는 "그동안 적게 하려 노력해왔기 때문"(we’ve tried to do less)이라고 말했다. 즉 액티브펀드처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멍거는 "버핏이 앞으로도 버크셔해서웨이가 S&P500지수보다 다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초과수익률이 아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예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멍거는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이야기하는 것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통해 증권방송과 투자은행을 비판했다. 먼저 증권방송에 나온 투자전문가가 1년에 3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판매하는 걸 예로 들었다.

그는 "1년에 수익률 300%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불현듯' 알아낸 사람이 인터넷에서 이 책을 당신에게 팔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청중들이 폭소를 터뜨린 건 당연하다.

◇유료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수익률 300%를 올릴 수 있는 책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유료주식정보 사이트다. 잊을 만 하면, 유료주식정보 사이트나 방송에 나오는 말을 믿고 투자해서 수 천만원을 잃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런데 몇 십만원을 내고 유료주식정보 사이트에 가입 하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주식으로 그렇게 돈을 잘 벌 수 있는 사람들이 왜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고 회비를 받겠느냐는 상식적인 물음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멍거가 가장 통렬히 비판한 건 투자은행이다. 역시 재밌는 이야기로 풀었다. 한 남자가 아주 잘 생기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말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 말이 가끔 난폭해져서 날뛴다는 점이다. 이 말 때문에 남자는 팔과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

결국 남자는 수의사를 찾아가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그러자 수의사가 한 말이 재밌다. 수의사는 아주 쉬운 문제라면서, 다음에 말이 순하게 행동할 때 말을 팔아버리라고 말했다.

멍거는 방금 자신이 사모펀드(PEF)가 해야 하는 일을 묘사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모펀드는 문제가 있는 자산을 팔려고 할 때 투자은행을 찾는다. 그러면 투자은행은 아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미래 수익성이 훌륭한 매물로 둔갑시킨다.


멍거는 "버핏과 자신은 결코 어리석은 매수자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 적이 없었다"며 대신 "항상 사는 것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만약 말똥을 팔더라도 그것을 관절염 특효약인 것처럼 속여서 팔기를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 투자은행가의 방식보다 좋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억만장자 멍거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