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적자 낸 한전…도대체 무슨일?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유영호 기자 2019.02.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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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력구입비 7.6조 늘어 작년 연결기준 2080억 영업손실… 전기료 현실화 목소리 커질듯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 (22,000원 ▼100 -0.45%)공사가 6년 만에 영업손실을 냈다. 김종갑 사장 취임 직후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지난해에만 1조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지만 연료비, 전력구입비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며 결국 적자를 기록한 것. 올해 원전이용률 반등과 연료가격 안정이 예정되지만 각종 정책비용 부담이 계속돼 흑자 전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전기요금에 대한 현실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208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2017년 영업이익 4조9532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5조1612억원 줄었다. 한전이 연간 기준 영업적자로 돌아선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12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손실의 가장 큰 이유는 전력구입비 상승이다. 한전은 발전사가 만든 전기를 사서 가정과 공장 등 소비자에 판매한다. 판매가인 전기요금이 고정돼 있는 만큼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상승하면 수익도 악화되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전기판매수익은 전년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여름철 유례없던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늘며 전기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다. 판매량 증가율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3.6%로 확대됐다.

하지만 영업비용이 더 크게 늘었다. 발전자회사의 연료비 부담(3조6000억원)과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4조원)만 7조6000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4000억원을 포함해 늘어난 영업비용은 총 8조원으로, 판매수익 증가분(2조2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전기 원가 상승은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발견 등으로 정비를 위해 멈춰선 원전이 늘어나면서 원전이용률이 하락한 게 주요 원인이다. 통상 80~85%를 유지하던 원전이용률은 2017년 71.2%, 지난해에는 65.9%까지 떨어졌다. 원전의 빈 자리를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가 채우면서 전력구입비용과 연료비 지출이 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 연료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담을 더했다. 지난해 LNG 가격은 전년대비 16% 올랐다. 두바이유, 유연탄 가격도 같은 기간 30%, 21% 각각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 전환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느라 발전단가가 싼 원전의 가동률은 낮추고 반대로 발전단가가 비싼 LNG화력 가동율을 높여 한전의 경영실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영업손실 원인이 탈원전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박형덕 한전 기획총괄부사장(CFO)은 “지난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원전 안전조치 강화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은 미미했고,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실적 감소에) 국제연료가 상승·전력구입비 증가·일부 정책비용 증가 등이 82%, 원전이용률 하락은 18%의 영향을 준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도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원전 가동률이 정상화되며 이용률이 77.4%로 상승하고, 국제연료가격도 안정되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의무공급제도(RPS) 보전액·탄소배출권 구입비·개별소비세 등 정책비용이 지난해 6조1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안전 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전은 최근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올해 영업손실이 2조4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올해에도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력그룹사와 함께 각종 비용절감, 신기술 적용을 통한 공사비 절감,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지난해 고강도 자구노력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효과를 냈는데 올해는 1000억원 늘린 2조원이 목표다.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실적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전기요금 체제에선 도매가격(전력구매단가)보다 소매가격(전기요금)이 낮은 사례가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 1단계 구간, 산업용 경부하 요금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전은 현재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도매가격연동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기요금에 전력구입비와 연료비, 정책비용까지 원가 차원에서 전기요금과 연동된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요금인상 현실화 문제는 국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정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히고, 산업용 경부하 요금 개편·전기요금 전력도매가격연동제 도입 등 후속 제도 개선 여부도 조속히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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