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붙이는 남자"…年매출 2000억 CEO의 '손톱'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2.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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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 '인코코' 회장, 세계 최초 붙이는 '매니큐어 필름' 개발...주얼리 등 사업다각화로 5년내 매출 1조원 도전

박화영 인코코 회장이 자신이 개발한 '붙이는 매니큐어' 제품을 시연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박화영 인코코 회장박화영 인코코 회장이 자신이 개발한 '붙이는 매니큐어' 제품을 시연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박화영 인코코 회장


"왜 매니큐어는 바르고 말려야만 하는가?“

이 엉뚱한 질문은 세계적인 성악가를 꿈꾸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한 20대 후반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청년은 이후 기계를 직접 만드느라 밤새 용접을 하고, 화학 공식을 푸느라 며칠씩 머리를 쥐어짜야했다. 20년 가까운 미련스러운 그의 천착은 결국 세계 최초의 붙이는 매니큐어라는 새로운 제품카테고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박화영 인코코 회장(60세)은 글로벌 색조화장품업계에서 ‘융합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1930년대 초반 액상 매니큐어를 출시한 레블론 창업자 찰스 레브슨과 동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악 전공의 그가 화학과 공학의 융합의 산물인 스티커처럼 붙이는 ‘매니큐어 필름’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사실 막강한 자본력과 연구진으로 무장한 기라성같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도 포기했던 일이다.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 회장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집념의 DNA와 열정으로 꼽았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인코코는 미국 매니큐어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액체, 고체를 막론하고 따진 시장점유율이다. 지난해 매출은 2억 달러(한화 약 2251억원)다. 패키지당 1만원 안팎인 매니큐어 단일 품목을 팔아서 올린 성적표다. 인코코는 한국, 영국, 프랑스 등에도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인코코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한 스물다섯 바리톤의 눈엔 모든 게 낯설었다. 뉴욕 여성들은 립스틱 바르듯 손톱에 색칠을 했다. 1차 충격이었다. 액체 매니큐어를 흐르지 않게 바르느라 애썼고 말리느라 30분간 호호 불며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2차 충격이었다. 매니큐어가 일상 아이템이란 사실도 놀라웠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좀더 간편할 순 없을까'라는 궁금증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는 그의 인생과 네일 시장의 변화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성공 비결로 '음악인의 DNA'를 강조했다. 끈기와 집념으로 요약된다. 세상에 없던 제품은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1988년 설립됐지만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건 2005년이다. 17년간 공기청정기를 팔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한번 꽂힌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될 때까지 했으니까 해냈죠. 끈기랑 집념 없이는 음악 못하거든요. 그 DNA로 여기까지 왔어요. 주변 만류는 말도 못했죠. 한 친구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고 15년쯤 되니까 아내도 '접자'고 했어요. 아예 없던 개념인 '매니큐어 필름'을 산업화, 사업화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혼자 책, 잡지를 보면서 화학, 공학 등 기존 기술을 융합하고 대량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손톱 열개에 하나씩 붙여가며 테스트하느라 성 정체성을 의심받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박화영 인코코 회장/사진=김창현 기자박화영 인코코 회장/사진=김창현 기자

그렇게 탄생한 인코코는 기존 네일아트의 고정관념을 모두 깼다. '숍에서 바르고 말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붙이면 그만인 것'이 됐다. 인코코는 사명과 동일한 브랜드 '인코코'와 더불어 자매 브랜드 '컬러 스트리트'로 미국에서 대박이 났다. 유명 편집숍에 입점한 인코코와 달리 컬러 스트리트는 직판 채널을 운영한다. 트렌드와 시즌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네일아트는 색조화장이자 패션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손끝에서 완성되는 패션'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는 인코코의 패션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프리미엄 라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한혜진이 속한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과 손잡고 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손톱에 하이패션을 입히는 콘셉트다. 미국에서는 주얼리 브랜드 론칭도 앞뒀다. '손톱을 함께 빛나게 해줄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로 5년 안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박 회장의 목표다. 그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었다"며 "붙이는 매니큐어가 전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는 날까지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화영 키즈'를 키우는 일에도 힘쓰고자 한다. 박 회장은 "올해부터는 '박화영 장학금' 대상자를 기존 5명에서 25명으로 늘려 공학도를 중심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이날 성악을 전공한 모교 한양대 졸업식에서 '명예 공학박사'가 되는 이색 기록도 세웠다.

박화영 인코코 회장/사진=김창현 기자박화영 인코코 회장/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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