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김지산 기자, 류준영 기자, 기성훈 기자, 세종=최우영 기자, 강기준 기자 2019.02.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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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경제의 과제(上)](종합)

편집자주 선진국의 조건이라고 일컬어지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과 동시에 주 52시간 근무시간제 정착 등으로 국민의 삶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수소, AI,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기업들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받는다. 정부 역시 새로운 경제 환경에 걸맞은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점검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카풀 저지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택시업계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카풀 저지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경제개조가 필요하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경제의 과제(上)]①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다. 3만달러 시대의 생산·소비 시스템이나 정부의 역할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그동안 속도전을 위해 어느 정도 용인이 됐던 양극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져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인구 증가 역시 우리의 경제 시스템 개조를 재촉하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대기업 근로자의 급여는 중소기업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같은 근로자라도 중기 소속 평균이 223만원인데 대기업 소속자는 488만원을 받는다. 3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 평균 소득은 400만원이었지만, 50명 미만은 203만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근 벌어지는 남녀 대립도 소득과 일자리 문제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남자의 평균 소득이 337만원었는데 여자는 100만원 이상 낮은 213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체감도는 낮은 이유로 이같은 양극화가 지목된다.



양극화는 고령사회를 앞당긴 저출산과도 연결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가 약 400만원의 급여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년 이상 휴직을 하면 무언의 퇴사 압력이 불거지는 현실에서 입주 돌보미를 구하려면 최소 20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사회는 다양한 문제가 불거진다. 최근 '택시와 카풀'의 대립도 따지고 보면 고령사회의 파편이다. 사회학자들은 '노후화한 택시조합 및 기사들의 기득권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첨단 공유 서비스의 충돌'로 분석한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양극화 해소와 차별철폐를 위한 금속노조의 대화 요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 및 '하후상박(대기업 임금인상률은 낮게, 중소규모 사업장 임금인상률은 높게)' 연대임금 인상과 금속산별 노사공동위 참여확약 등을 요구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시 7월13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뉴스1금속노조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양극화 해소와 차별철폐를 위한 금속노조의 대화 요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 및 '하후상박(대기업 임금인상률은 낮게, 중소규모 사업장 임금인상률은 높게)' 연대임금 인상과 금속산별 노사공동위 참여확약 등을 요구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시 7월13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뉴스1

현 정부의 상황 인식과 정책 방향성은 분명하다. '4만달러 시대'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으로 △교육 훈련 내실화와 △평생학습체제 구축, △고용 유연성 제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일하는 방식의 혁신, △규제 완화, △일하는 복지 구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와 흡수 속도의 차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못 박고, 최저임금을 근로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수준으로 올리려는 노력은 많은 저항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한다는 합의를 내놓은 것은 주목할만 하다. 광주형 일자리 역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20년 만에 국내에 자동차 생산라인을 도입하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이해관계만 따지면서 충돌하고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화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를 넋놓고 보는 선진국병을 극복해야 한다"라며 "큰 대의를 만들고 그를 위한 공감대를 정부가 주도하려는 적극적인 정책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산업화 시대에 구축되고 최근 경제민주화 흐름으로 왜곡된 사회시스템을 시장 활력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전방위 구조조정 하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준식 박경담 기자

4만불 시대 열 미래산업은 …AI·빅데이터·바이오·수소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경제의 과제(上)]②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지난해 우리의 5대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자동차 순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했을 때인 2006년에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선박, 석유제품으로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순위가 변동하거나 품목이 바뀌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 품목 구성은 우리의 산업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4만달러를 목표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우리 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산업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바이오, 수소를 주목한다.

LG전자가 21일 프리미엄 인공지능 스피커 ‘LG 엑스붐 AI 씽큐(ThinQ)(모델명:WK7)’를 국내 출시했다. LG전자의 독자적인 오디오 기술뿐만 아니라 영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의 뛰어난 기술을 더해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LG 엑스붐 AI 씽큐 사용자는 가수의 음성을 깨끗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보정(Clear Vocal) 모드’와 풍부한 중저음을 강화할 수 있는 ‘저음 강화(Enhanced Bass)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뉴스1LG전자가 21일 프리미엄 인공지능 스피커 ‘LG 엑스붐 AI 씽큐(ThinQ)(모델명:WK7)’를 국내 출시했다. LG전자의 독자적인 오디오 기술뿐만 아니라 영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의 뛰어난 기술을 더해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LG 엑스붐 AI 씽큐 사용자는 가수의 음성을 깨끗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보정(Clear Vocal) 모드’와 풍부한 중저음을 강화할 수 있는 ‘저음 강화(Enhanced Bass)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뉴스1
◇인공지능(AI) = 인공지능은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전공을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다. IBM의 AI 왓슨은 암 영상에 대한 대용량 학습을 통해 전문의 수준의 진단을 내린다. 가천대 길병원 등에서 이를 활용 중인데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현대자동차의 차량원격제어서비스 ‘블루링크’, LG전자의 ‘스마트 냉장고’ 등에는 음성인식 AI 플랫폼 ‘알렉사’가 탑재돼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네이버 ‘클로바’ 등 AI 스피커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감성로봇은 이미 집 안의 어린이나 노약자의 선생님이자 벗이 됐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앞으로 소매와 금융, 헬스케어 영역이 가장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초보 수준이나 AI 기반 로보 어드바이저가 언젠가는 손님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며 노후 포트폴리오를 짜 줄 날이 곧 올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대비 상황을 보면 이런 날을 맞을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AI 관련 기술 논문 수는 1514건으로 미국(7865건), EU(유럽연합, 1만4660건), 중국(1만3820건)에 비해 한참 뒤쳐진다. 정부·민간 R&D(연구·개발) 투자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AI R&D전략’을 심의, 2022년까지 2조2000억원 투자, 관련 인재 5만명을 양성키로 했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정부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열린 KT 에어 맵 코리아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모델들이 미세먼지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KT는 에어맵 플랫폼과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맞춤형 미세먼지 확산 패턴 분석 및 저감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지난해 12월부터 UN환경계획과 손잡고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스1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열린 KT 에어 맵 코리아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모델들이 미세먼지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KT는 에어맵 플랫폼과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맞춤형 미세먼지 확산 패턴 분석 및 저감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지난해 12월부터 UN환경계획과 손잡고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빅데이터 =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영화 시청 성향 데이터 등 축적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수백만편의 영화목록 중 사용자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적절하게 찾아줘 미디어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운전자의 모든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받는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제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다음 제품을 설계한다. 이처럼 최근 시장 선도 기업들의 공통점은 데이터 기반으로 회사가 운영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력과 스마트폰 보급률 95%에 이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원력의료금지, 데이터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회계법인 삼정KPMG에 따르면 누적투자액 상위 100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중 국내 기업은 단 한곳고 없다. 카이스트(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이 비식별 데이터 거래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활용하듯, 다른 국가 상황을 고려하면서 규제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 지난해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1조45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얀센이 레이저티닙 개발에 성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유한양행이 단계적으로 받을 돈이다. 이 돈은 일부 필수경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영업이익과 순이익으로 반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기업들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액은 모두 5조2642억원에 달한다. 기업들은 이중 많은 부분을 순이익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승부를 건다. 제약·바이오는 그래서 꿈을 먹는 산업이라고 한다. 국민소득 4만달러 도전에 제약·바이오 산업을 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는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말한다. 기술수출한 신약 대부분은 세계적으로 '조' 단위 시장을 노리기 때문이다. 기술수출과 '조' 단위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로열티가 더해지면 '연간 5조원' 그 이상은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연구능력이 세계적으로 급부상 중이어서다.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은 "해외에서 K(한국)-바이오에 대한 반응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며 "자동차, 전자, 문화를 넘어 바이오가 새로운 한국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수소충전소 조감도국회, 수소충전소 조감도
◇수소 = 수소경제는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는 미래 에너지로서 수소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친환경적인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선박 등 수송분야와 전기·열 생산 등 에너지분야 등을 키워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수소경제의 핵심사업인 수소전기차는 최고의 친환경차이자 4차산업혁명의 집결체이다. 정부는 올해 수소차를 4000대 이상 보급하고 2025년까지 연간 10만 대 양산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생산 목표는 620만대(누적)다.

1998년부터 연구가 진행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기업은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 혼다 등 3곳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부 계획에 맞춰 2030년 국내에 연간 50만대 규모(승용·상용)의 수소차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7조6000억원의 신규 투자한다.

수소 연료전지 보급 사업도 주목된다. 정부는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기가와트)를 보급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15GW는 원전 1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정·건물용 수소 연료전지도 2040년까지 2.1GW 보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수소생태계 실행으로 정부는 2040년에는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와 4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영권 김지산 류준영 기성훈

3만弗 시대 노사관계, 광주형일자리에 거는 기대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경제의 과제(上)]③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지역특성화 고교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교육지원 등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지역특성화 고교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교육지원 등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사진=뉴스1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손꼽혀온 것 중 하나는 구시대적 노사관계다. 정규직 노조의 고임금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에게 돌아갈 과실을 빼앗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고용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광주형일자리는 이 같은 악습을 극복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맞이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광주형일자리는 독일의 아우토5000모델을 차용했다.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에서 불황시기 신규직원 5000명을 채용하는 대신 기존 임금보다 20% 낮춘 월급 5000마르크를 지급한 게 원조다.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시가 사업장 최대주주, 현대차가 2대주주로 참여해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다. 대신 낮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문화, 복지시설 등을 제공한다.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직원 평균연봉이 9000만원에 달하는 고비용 구조를 타개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호봉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도 꼽힌다.

고연봉 근로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녀양육, 주거 등에 들어가는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주형일자리는 연봉을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하는 대신 공공복지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줘 근로자의 지출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격차, 호봉제를 해소하고 역할과 능력에 따라 급여를 받는 직무급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직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광주형일자리 임금모델은 연공서열에 따른 같은 직장 내 근로자간 격차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임금 지불능력의 차이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 저임금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광주시는 공공복지를 위한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통한 경제효과를 노린다. 1000여명의 직접고용과 함께 주변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1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뚜렷한 산업 성장세가 없던 지역사회에 단비 같은 신규고용이다.

아울러 광주형일자리는 노사대립을 줄이는 기능도 한다. 현대차는 기술과 공장운영 노하우를 전수하지만 경영권이 없는 2대주주라 근로자와 직접 협상할 일이 적다. 노사관계는 지역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가 맡는다. 임금협상 역시 노사대립이 아닌,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아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고비용 저효율구조 해소 △안정적 신규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노사대립 완화 등의 효과 때문에 광주형일자리가 주목 받는다. 지역경제가 침체된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대구 등의 지자체도 이를 따라갈 조짐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이용섭 광주시장이 "나라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이뤘던 광주시민들이 이제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책무를 수행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게 이 때문이다.

노사정 대부분이 환영하는 광주형일자리에 반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기존 현대차 정규직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일자리를 '사기'로 규정하고 "현대차가 광주형일자리 같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생산현장에 신경쓸 수는 없다"며 "광주형일자리는 문 대통령이 기업 손을 비틀어 도장을 찍게 만들고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비판한다.

기존 노조의 반대는 광주형일자리에서 시작된 낮은 초봉, 지역사회가 노사갈등에 개입하는 형태가 다른 사업장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 나온 위기의식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노조가 그동안 사측만을 상대로 싸우며 요구조건을 관철해왔다면, 이제는 쟁의행위시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반발까지 떠안아야된다는 부담 때문이다.

결국 광주형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의 반발을 이겨내고, 소모적인 노사갈등을 지역사회의 힘으로 잠재우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우영 기자

獨은 넘고 伊는 넘어졌다...'3만불 시대' 한국의 과제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경제의 과제(上)]④적재적소 경제개혁으로 4만불 고지 넘은 獨·美
[MT리포트]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400만명의 청년 실업자를 어떻게 해결할거냐"
2003년 3월13일, 게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하원 연설대에 오르자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독일은 1996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기쁨도 잠시, 막대한 동·서독 통일 비용과 과잉 복지, 높은 실업률 등이 경제를 짓누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국민소득이 3만달러 밑으로 후퇴했고, 2002년 2만3710달러까지 하락했다. 당시 독일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불릴 정도로 처참했다.

이 자리에서 슈뢰더 총리는 독일을 되살릴 비책인 '아젠다 2010'을 발표했다. 해고를 쉽게 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기업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 경제개혁안이었다. 이 안은 많은 반발을 사 슈뢰더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덕분에 독일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4년 독일 국민소득은 3만달러 고지를 다시 탈환했고, 2007년엔 4만달러 벽도 넘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4만달러 고지까지는 만만치 않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탄탄한 경제 기초 체력을 만들어 독일처럼 저성장의 늪을 돌파하느냐, 남유럽처럼 넘어지느냐 고비를 맞은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은 국가를 지칭하는 '30-50 클럽' 가입국 중 선두를 달리는 미국의 국민소득은 5만8270달러로 전체 8위였다. 독일은 4만3490달러(18위), 영국 4만530달러(21위), 일본 3만8550달러(24위), 프랑스 3만7970달러(25위), 이탈리아 3만1020달러(28위)였다.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총 28개국으로 당시 한국은 31위였다.

우리나라는 2만달러 벽을 넘은 후 3만달러 달성까지 12년이 걸렸다. 일본(4년), 독일(6년), 미국(9년)에 비하면 다소 느린 편이다. 이들은 4만달러 돌파까지 다시 3년, 11년, 8년이 걸렸다.
[MT리포트]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은 199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3년 뒤엔 4만달러 벽도 넘는 등 고속 성장했으나 장기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지금은 3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일본보다 늦은 1996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다른 국가들이 3만달러 진입 후 부침을 겪은 것과 달리 미국은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보일 때마다 각종 개혁안으로 고삐를 당겼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유층과 개인 소득세를 올려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고, 공무원 수십만명을 해고하며 몸집을 줄였다.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교육개혁에 집중해 부실 학교를 정리하고 눈먼 국가 지원금 지출을 줄이는 등 이코노미스트지로부터 "성공한 공교육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결과 미국은 2004년엔 4만달러 벽을 넘었고 2011년엔 5만달러 벽까지 깼다. 미국은 국민소득 6만달러 진입도 코앞에 두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3만달러 시대를 열고도 발빠른 경제개혁을 못해 넘어진 경우다. 이탈리아는 2005년 3만달러를 돌파했고, 2008년까지 가파르게 국민소득이 상승했으나 금융위기 당시 부채로 쌓은 부실한 경제성장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7년에는 3만1020달러까지 떨어졌고, 현재도 막대한 재정적자로 유럽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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