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임신했어요" 회사에 알렸더니…"축하해요, 사표쓰세요"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9.0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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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16조 퍼붓고도 직장맘 경력단절 못 막아 …저출산위 "직장맘 고충 반영해 세심하게 챙길 것"

이지혜 디자이너이지혜 디자이너


#지방의 한 작은 유통업체에 근무하던 김수진씨(가명·30대)는 첫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를 키우다 돌아온 회사,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한 김씨는 당황스런 통보를 받았다. 휴직 전까지만 해도 사무직이었는데 갑자기 교대근무를 하는 계산원으로 가라고 했다. 사실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던 김씨 입장에선 황당한 인사였다.

복귀 이틀째, 담당 부서장에게 둘째 임신사실을 전하니 "내 딸은 김씨 같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냈다"고 했다. 부당한 인사도 억울한데 사실상 사표를 쓰라고 강요하는 말까지 듣게 된 김씨는 서러움이 북받쳤다.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휴직 복귀 4일만에 사직서를 냈다.



20일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직장맘 간담회'에 참석한 직장맘(아이를 키우는 직장여성)' 김씨는 이러한 자신의 경력단절 사례를 소개했다. "둘째 출산 후 재취업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맘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9%인 중소기업 여성근로자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의 비중이 78.2%에 달한다. 대기업(54.8%), 공공기관(26.9%)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여성의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부터 3년간 총 116조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2016년 20.5%였던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지난해에도 동일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의 활용이 여의치 않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기 자녀 돌봄으로 인한 2차 경력단절 등의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간담회에서 제기된 고충과 의견을 향후 정책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직장맘의 고충은 하나하나 허투루 듣지 않고 중소기업 근로자가 일과 육아를 병행 할 수 있도록 각종 대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장맘의 고충 해결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이 장관은 "직장맘의 고충과 제안내용을 반영해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며 "취약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진 장관은 "직장맘들이 근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만 12세 이하 자녀 가정 대상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이돌보미를 올해 7000명 확충해 서비스 이용을 위해 오랫동안 대기해야하는 고충을 완화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12년 전국 최초로 설치한 '직장맘지원센터'를 통해 직장맘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여성으로 확대하여 일·가족 양립의 사회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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