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줄줄이 '화웨이 배제 보류'… 곤란해진 미국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2.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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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어 독일도 '보이콧 이탈' 움직임…
보안유출 증거 부족·中 보복 우려 등 이유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독일 정부가 통신장비 시설 구축에서 화웨이의 5G(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영국에 이어 독일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정책적으로 배제하지 않을 것이란 뜻인데, 동맹국들에 화웨이 압박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중인 미국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정부가 화웨이로 하여금 국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설치에 참여케 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2주 전 소규모의 관계 부처 그룹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합의에 도달했으며 아직 의회와 최종 정부 승인을 받는 절차는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뵈른 그륀벨더 독일 연방내무부(BMI) 대변인은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안이슈 등) 새로운 잠재 위험들에 대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5G 장비에서 특별히 한 업체만을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며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독일은 화웨이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 통신법을 손질 중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업체가 타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CNBC는 독일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에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국가 기밀이 중국 정부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통신장비 인프라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요청해왔다.

독일에 앞서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최근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해도 위험 완화의 방안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도됐다. 뉴질랜드도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도록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미국의 요청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외신에서는 이처럼 몇 몇 국가에서 화웨이 사용 배제에 대해 거리를 두는 이유에 대해 화웨이를 배제하고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사업자를 지정할 때 드는 추가 비용, 화웨이 장비 이용이 곧 정보노출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으로부터의 보복 우려도 있다. 중국은 최근 뉴질랜드에 대해 중국인 관광 금지, 무역 보복 등 다양한 조치를 시사했다. 동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큰손 투자자로 활동해 오던 중국의 눈치를 봐 화웨이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19일 영국의 '국방 싱크탱크'로 여겨지는 왕립연합서비스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미래 5G 이동통신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토록 허용하는 것은 순진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 영국 내부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진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 18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가장 진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 우리를 버릴 수 없다"며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일시적으로 많은 나라를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부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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