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https 차단, 울고싶은 2030男 뺨때렸나

머니투데이 박종진 , 백지수 , 이재원 , 강주헌 기자 2019.02.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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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https 정치사회학 ⑥]'빅브라더' 우려에 야권, 정부 공격 가세…전문가 "글쎄"

편집자주 정부가 도박·몰카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신기술이 뜨거운 감자다. 보안접속(HTTPS) 방식을 적용했더라도 외부에서 불법 유해 사이트인지 확인할 수 있는 SNI( 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이 그것이다. 논란 초기 “정부가 이제 이용자들의 데이터 패킷까지 감청하려 한다”며 반발했던 인터넷 이용자들은 “감청과는 무관한 기술”이라는 정부 해명에 “앞으로도 여러 신기술을 덧대가며 인터넷 접속 자유를 통제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논란이 논란을 부르는 형국이다. 기술 이슈를 넘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국가 주도의 사이버 통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HTTPS 유해 사이트 차단 논란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봤다.

[MT리포트]https 차단, 울고싶은 2030男 뺨때렸나


"공산주의 국가냐", "개개인의 인터넷 사용을 왜 간섭하냐"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쏘아 올린 공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다. 기술적 차단 조치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야당들도 비판에 가세한다. 정부의 HTTPS(보안접속) 차단 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11일부터 음란·도박 사이트 등에 대해 HTTPS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차단 기술을 도입해 규제를 시작했다.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보안이 강화된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파장은 컸다. 음란 사이트는 물론 하스스톤 등 일부 게임도 접속이 차단되면서 20~30대 남성들 위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술적 논란보다는 '성인의 즐길 권리 침해', '개인의 권리 무시', 정부가 일상을 통제하는 '빅브라더화' 등으로 분노가 확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규제가 시작된 11일 정부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19일 오후까지 약 24만5000명이 동의해 답변 대상 청원으로 올라갔다.



청원자는 "HTTPS가 생긴 이유는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하는 목적이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정부 정책에 자유로운 비판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HTTPS를 차단하면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이번 조치가 인터넷 검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넘쳐난다. 곳곳에서 남성들이 1인시위를 펼쳤고 주말인 16일에는 서울역 광장에 남성 100여명이 모여 집회도 열었다.

일단 분노는 2030 남성들 위주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인권 보호 의도로 시작된 HTTPS 차단이 오히려 HTTPS를 이용하고 있는 여성들의 해외 낙태약 판매 사이트를 차단했다는 등 조롱 섞인 글도 올라온다.


반면 여성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고작 야동 사이트 막았다고 그러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젠더 갈등 양상까지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여성우대정책을 편다고 여기는 일부 젊은 세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불만으로 이어졌다고도 본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트코인 규제도 그랬고 20대 남성이 정부의 새로운 규제에 불만이 많다"며 "문재인 정부가 남성 청년을 설득할 홍보 수단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치권도 가세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의 통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 등에서 "HTTPS 사이트를 차단하는 나라가 중국과 일부 중동 국가 뿐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말하겠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본능, 즉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 문제 본질은 정부가 통제를 위해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인터넷 개인정보를 들여다본다는 의혹"이라며 "정부는 국민 불신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사생활 침해 이슈가 있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식의 차단이 저항도 있고, 그 효과에 의문도 있어서 당 내부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란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우회 방법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배드림·루리웹 등 2030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는 HTTPS 차단 사이트 우회 접속 방법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회 접속에 활용되는 VPN(가상사설망)이 이미 연관검색어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단계에서 빅브라더 등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비판하기에는 성급하다고 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HTTPS 차단은 이미 무력화 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걸 가지고 빅브라더라고 하기에는 좀 심한 오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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