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인터넷 감시' 원조 中…'만리방화벽' 어느정도길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2.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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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 정치사회학 ⑧]1998년부터 '황금방패' 프로젝트로 구축 시작…주요 해외사이트 차단, 국내 사이트 수시 검열…민감 단어는 검색도 막혀

편집자주 정부가 도박·몰카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신기술이 뜨거운 감자다. HTTPS(보안접속) 방식을 적용했더라도 외부에서 불법 유해 사이트인지 확인할 수 있는 SNI( 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이 그것이다. 논란 초기 “정부가 이제 이용자들의 데이터 패킷까지 감청하려 한다”며 반발했던 인터넷 이용자들은 “감청과는 무관한 기술”이라는 정부 해명에 “앞으로도 여러 신기술을 덧대가며 인터넷 접속 자유를 통제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논란이 논란을 부르는 형국이다. 기술 이슈를 넘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국가 주도의 사이버 통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HTTPS 유해 사이트 차단 논란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봤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과 감시에 있어 '원조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웹사이트와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검열해 차단하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만리장성과 컴퓨터 방화벽의 합성어)'이라는 인터넷 감시시스템을 10여년 이상 가동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유튜브 등 해외 유명 포털·소셜 미디어들이 차단돼 있고 중국 국내 사이트들을 상대로도 수시로 검열이 이뤄진다.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감시 시스템의 위력을 한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트 차단 방식 보다는 광범위한 차단 대상 선정과 자신의 입맛에 따라 수시 이뤄지는 무분별한 검열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국제민간기구인 그레이트파이어 홈페이지(en.greatfire.org) 화면 캡처.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국제민간기구인 그레이트파이어 홈페이지(en.greatfire.org) 화면 캡처.


◇中 1998년부터 '만리방화벽' 구축…샅샅이 감시 검열 = 18일 중국 현지 인터넷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만리방화벽 구축은 지난 1998년 '황금방패(공식 명칭은 금순공정·金盾工程)’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됐다. 중국 공안부가 그 해 9월 '불순분자들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인터넷 정보 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총대를 매 2003년 경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은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 수많은 감시 서버를 두고 사용자들의 댓글 및 채팅 내용까지 실시간 감시하는 것은 물론, 특정 사이트에 대해서는 그 사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해외에서 중국 정부나 기업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빼려는 해킹을 방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검열 기준은 크게 봐서 '국가를 위태롭게 하느냐' 여부다. 그런데 이 범위가 넓다. 20일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국제민간기구인 그레이트파이어 홈페이지(en.greatfire.org)에 따르면 알렉사 통계 기준 상위 1000개 세계 주요 사이트 들 중 836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149개 사이트가 중국에서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해외 유명 포털·소셜미디어는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 등 주요 서구 매체들도 접속이 안된다. 중국 국민들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재원들도 이들 사이트에 접속을 할 수 없다. 업무상 이들 사이트 접속이 필수적인 이들은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우회해서 들어가야 한다. 최근에는 그나마도 VPN 단속까지 강화되고 있다. 자신들이 허가를 하지 않은 VPN 기업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용자까지 처벌을 하고 있다.

한국도 파급력이 큰 사이트들이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등 메신저 서비스가 이미 2014년 부터 차단돼 있고 지난해 10월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올해 1월 부터는 다음 사이트 전체가 막혔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과거보다 더 막무가내다. 2014년엔 카카오톡 등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라도 댔지만 최근 네이버와 다음 차단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문의에 "아는 바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내 사이트들은 더한 검열을 받는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검열을 통해 지난달 3일부터 21일까지 733개 웹사이트와 9382개 스마트폰 앱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기간 709만7000여건의 유해한 인터넷 게시물과 소셜미디어 등 불법 온라인 계정 30만 8000여개를 내렸다. 이런 검열은 수시로 이뤄진다. 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은 그때 그때 금지어로 지정해 버린다. 금지어가 되면 포털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검색을 해도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다.

[MT리포트]'인터넷 감시' 원조 中…'만리방화벽' 어느정도길래
◇"차단 방식 보단 광범위한 차단 리스트와 검열이 핵심"= 중국의 만리방화벽은 '사이버 주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주요 사이트들이 봉쇄된 사이 중국 토종 인터넷 기업들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검색은 바이두, SNS로는 웨이보, 메신저와 페이스북을 합쳐놓은 듯한 웨이신, 그리고 유튜브를 대신하는 여러 동영상 사이트들이 있다. 서구 사회가 중국의 만리방화벽이 또다른 불공정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제거해야할 무역장벽 리스트에 만리방화벽을 포함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자신들이 유해하다고 판단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업계에서는 최근 우리 정부가 도입한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보다는 기존의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URL(인터넷 주소) 차단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이징 현지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인터넷 감시 시스템의 특징은 강력한 사이트 차단 방식에 있다기 보다는 광범위한 차단 리스트와 수시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컨텐츠 검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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