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회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정부안 발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대체복무제안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반면,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윤성묵)은 지난 1월 10일 병역법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된 A씨가 마음을 바꿔 군입대를 하겠다고 하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신념을 바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양심을 판단하는 법관의 판단의 무게가 더 없이 무거워졌지만, 현실에서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재판부는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선 안 된다"며 "이들에게 병역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을 처벌하는 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집총과 병역 의무를 강제하고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고 본질적인 위협"이라며 정당한 병역거부의 사유라고 판단한 판례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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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14일 전주지법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세 김모씨 등 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상고하지 않아 결국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 없이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전주지검이 항소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죄를 구형해 대법원에서 다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대구지법과 부산지법에서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연이어 선고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병무청이 고발한 입영·집총 거부자들에 대한 기소 조치도 사실상 없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6월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 입영집총 거부자들에 대한 기소를 보류해 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내면의 신념인 양심을 신이 아닌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지에 대해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르는 판단의 근거로 삼는 몇가지 기준이 있지만, 이를 공개할 경우 병역기피의 방편으로 삼을 수 있어 공개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