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길들이기, 영화티켓 대신 주식 샀더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2.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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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윅스튜디오, 덱스터…상장 VFX(시각 특수효과) 기업들 흥행 신바람

드래곤길들이기, 영화티켓 대신 주식 샀더니


VFX(시각 특수효과) 기업들이 잇따라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 게임, 테마파크 등 특수효과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인정을 받으며 수주량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내수시장 잠재력이 최근 주목받는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위지윅스튜디오 (2,485원 ▲5 +0.20%)는 지난해 매출액이 236억원으로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8%, 905% 증가한 51억원,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위지윅스튜디오는 2018년 12월 상장한 코스닥 업체로 국내 VFX 1세대 출신 멤버들이 설립했다. 박관우 공동대표는 1994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적용한 영화 구미호 제작에 참여했고 다른 창립 멤버들도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은 이들이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해 5월 미국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유일한 한국 공식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신인도가 더욱 높아졌다. 2017년 20억원대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3배 이상 증가했고 연말에는 CGV와 스크린X용 VFX 제작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어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와는 드라마 VFX 제작협력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드라마 VFX 전문 기업 ‘인스터’의 지분 19.58%를 인수해 한국과 중국 드라마 VFX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같은 VFX 제작업체인 덱스터 (7,780원 ▲30 +0.39%)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17년에는 253억원 매출에 영업적자 218억원, 순손실 341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385억원 △영업익 13억원 △순익 16억원 등을 올렸다.


중국 영업에 치중됐던 VFX 사업을 테마파크, 드라마, 한국 영화 등으로 전환한 것이 효과를 거뒀는데 최근에는 스튜디오드래곤과 26억원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용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VFX를 활용한 드라마를 준비하는 중이다.

덱스터 관계자는 "한한령 영향으로 대중국 영업실적이 저조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그러나 사업영역 다각화를 통한 영화 투자의 성과로 신과함께 시리즈의 흥행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VFX 업체들의 실적은 올해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VFX 분야에서 인정받는 한국인 제작진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기업의 신인도도 함께 개선되는 추세다.

주가흐름도 좋다. 지난 연말 9650원이었던 위지윅스튜디오는 현재 1만4550원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덱스터는 4745원에서 6420원으로 상승했다.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
지난달 말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3'와 이달 개봉한 '알리타'에는 한국인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알리타의 특수효과 작업을 담당한 웨타 디지털의 김기덕 CG(Computer Graphic) 감독과 ‘드래곤 길들이기3’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VFX아티스트 이도민 팀장이 대표적이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제작한 월트디즈니에는 신민정 아티스트가 있고 독일의 스캔라인 VFX의 3D 제너럴리스트 이시내씨도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VFX 기술력은 헐리우드 수준의 약 80%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며 "헐리우드와 우리나라의 영화 제작 예산 및 규모가 확연한 차이를 보임에도 현재의 기술 수준까지 향상시킨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단점이 있으나, 생산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1/3 수준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국내 기업에 사업기회가 계속 주어질 것이라고 최 연구원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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