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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에 '내 노래' 나오면 생기는 일(영상)

머니투데이 강선미 기자, 이상봉 기자 2019.02.1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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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뷰]평화랩 '괜찮아' 만든 힙합그룹 '그루배틱'의 리더 보이텔로

편집자주 #평화 #랩 #힙합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2019년 1월10일 청와대 영빈관. 2시간가량 이어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끝나자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다. '원, 투, 쓰리'로 시작하는 힙합 곡이었다. 그루브한 비트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가사에서 '평화'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신년 기자회견 엔딩을 장식한 이 노래는 힙합그룹 '그루배틱(GR8VATTIC)'이 청와대와 함께 만든 평화랩이다. '괜찮아'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개인의 삶에 스며든 '평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루배틱은 랩, 디제잉, 미술 등을 하는 10명의 청년들로 구성됐다. 지난 7일 이 그룹의 리더인 보이텔로(본명 강상구·24)를 만났다.

올 1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현장 모습(아래)과 엔딩곡으로 나온 평화랩 '괜찮아'를 만든 힙합그룹 '그루배틱'의 리더 보이텔로의 모습. /사진=뉴시스, 보이텔로올 1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현장 모습(아래)과 엔딩곡으로 나온 평화랩 '괜찮아'를 만든 힙합그룹 '그루배틱'의 리더 보이텔로의 모습. /사진=뉴시스, 보이텔로


대통령 기자회견에 내가 쓴 노래가 흘러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작 보이텔로는 주변인들의 연락을 통해 자신의 노래가 신년 기자회견에 나온 걸 알게 됐다고.



"아버지가 메시지를 보내서 알았어요. 캡처 사진과 함께 '네 노래가 여기서 왜 나오냐'라고 하셨어요. 자랑스러워하셨던 것 같아요. 크루 멤버 오드럼프는 고교 동창들이 '기훈이 출세했네'라며 연락을 해왔대요."

처음 청와대와 '평화'와 관련한 노래를 만들자는 제안이 왔을 때의 기분을 물었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그 일이 왜 우리한테 왔지?'였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힙합이 대세이긴 대세인가보다'였다고.

그루배틱 멤버들은 주제가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고민이 많았다. 남북 관계를 얘기하기도 어렵고, 정치적인 얘기를 꺼내기도 민감했기 때문이다. 그루배틱 크루 멤버들은 무겁게 접근하는 대신 10, 20대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평화'로 접근했다.

"평화라는 게 무겁게 보면 굉장히 무거운 주제인데. 내가 힘든데 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잖아요. 그래서 각자의 삶이 안정되고 하루하루가 평화롭고 그런 게 모이면 또 큰 평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자기가 부른 노래가 나왔으니 인기가 급상승하지 않았을까. 보이텔로는 오는 25일 발매될 평화랩 '괜찮아' 오리지널 버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처음에 썼던 가사가 청와대 요청으로 조금씩 바뀌었지만 오리지널 버전에는 그대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보이텔로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보이텔로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
평화랩 '괜찮아'와 더불어 'STAY' '어린왕자' 등의 곡도 발표한 보이텔로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경기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테크노아트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 1학기까지 마친 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젊음인데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2학년 1학기 내내 방황을 했어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계속 억누르기만 하다 보니까. 폐인처럼 살았어요. 게임 중독에 빠지고. 당연히 학점도 망했고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부모님과 단판을 짓고 음악을 시작했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았다. 부모님 집에서 나와 지하방을 얻어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음악 작업을 했다. 경제적 지원은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저귀도 팔고 이유식도 팔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보이텔로와 함께 활동하는 크루 친구들(왼쪽)과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들 /사진=보이텔로보이텔로와 함께 활동하는 크루 친구들(왼쪽)과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들 /사진=보이텔로
지난해 가을 보이텔로는 다시 학교에 복학했다. 휴학할 수 있는 기간인 3년을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피부에 와닿을 만한 성과도 없고 자기가 3년 후라고 그려봤던 그 모습도 볼 수 없어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때 노래 'STAY'가 탄생했다.

"크루 멤버와 게임을 했는데 1시간 내내 졌어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집에 왔는데. 지하방은 숙식을 하는 곳이긴 하지만 포근한 집이 아니잖아요. 그때 저를 위로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겠다 싶어 만든 노래가 'STAY'예요."


3년 전 '힙합가수의 길'을 택한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다. 보이텔로는 '지금 모습에 만족하진 않지만,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음악을 시작한 후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이것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여기에 매몰될 준비가 됐다면 누구든 그 일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시간은 지나고 나면 돌아오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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