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국민연금發 배당논쟁…친시장인가 친오너인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2.12 18:35
글자크기

[배당의 두 얼굴-친시장인가 친오너인가]①과도한 배당은 대주주 배만 불리는 악영향…성장둔화기 자사주매입·배당 확대로 주주환원 필요…차등배당→배당율 상승→주가 상승 '선순환 사례'도

편집자주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발 배당논쟁이 뜨겁다. 배당은 주식(株式, Share)의 어원이 될 정도로 증시의 기본 전제이자 기업과 주주들의 첨예한 대립을 촉발하는 뜨거운 감자가 된다. 배당의 근원적 문제를 기업과 시장의 시각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2019.2.1/뉴스1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2019.2.1/뉴스1


한국 기업들의 인색한 배당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한국기업들의 시가 배당률은 1.86%에 불과했다. 호주 5% 영국 4% 대만 4.3%. 미국 2.1% 일본 2.2% 등과 비교하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배당액이 같아도 주가가 오르면 시가배당률이 낮아지는 만큼, 또 다른 지표인 배당성향(배당총액/당기순이익)을 볼 필요가 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배당성향은 16.02%로 세계 46개 국가 중 가장 낮다. 미국(38.62%), 일본(34.08%)은 물론 중국(30.87%)과 인도(32.2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짠물 배당이 맞다.



한국기업들은 왜 배당에 인색할까. 다양한 시각을 압축하면 '현금 욕구'와 '오너의 전권'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현재 상장기업들의 오너는 대부분 1970~1980년대 고속성장기를 거친 이들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성장 기업은 배당재원을 설비투자 자금으로 돌려 더 큰 성장일 이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성장 속도가 빠른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과거 한국과 비슷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것도 기업의 지갑 인심을 옹색하게 했다. 성장과 위기를 반복하면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돌려준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회사에 대한 오너들의 지나친 집착도 문제다. 한진그룹 사태에서 보듯 본인이 곧 회사라는 생각에 직원을 집사로, 회삿돈은 사금고로 여긴다. 다른 주주들을 외부인으로 보니 이익을 나눌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기업을 해치는 배당


물론 배당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과도한 배당으로 대주주 배 불리기 나서는 경우가 있었다. 회사를 해치면서 배당으로 대주주의 쌈짓돈을 챙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대표적이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상장사였던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3년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기까지 무려 1조7098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배당으로 빠져나간 자금 탓에 2011년에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예금수신액이 줄고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등 경쟁력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영풍제지 (1,860원 ▼57 -2.97%)는 2012년 오너의 내연녀가 회사 지분 51.28%를 증여받은 후 고배당 정책을 펼쳐 매년 73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10% 안팎이던 배당성향(배당총액/당기순이익)은 2013년 100%, 2014년 20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2012년 16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 36억원, 2014년 9억원으로 줄더니 2015년에는 22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냈고 결국 회사는 매각됐다.

[MT리포트]국민연금發 배당논쟁…친시장인가 친오너인가
◇적정수준의 배당은 기업가치 향상수단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정한 수준의 배당은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향상 시키는 수단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기업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아지는 성장둔화기에는 경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확대로 주주 환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이 있지 않으면 배당을 통해 이익유보금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순이익을 쌓기만 하면 이익잉여금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세금이 과다해지고, 자금의 효율적인 운용이 어려워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설립 초기와 달리 성장 정점에 도달해서는 배당을 늘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남양유업이 이런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로 주가가 추락해 5년째 주가가 답보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정상적인 기업의 경우 사내 유보율이 1000% 정도면 무척 높다고 본다"며 "남양유업은 현재 유보율이 2만%가 넘는데, 이는 기업이 성장을 위한 투자를 포기하고 그냥 돈만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MT리포트]국민연금發 배당논쟁…친시장인가 친오너인가
◇차등배당으로 기업가치 제고하는 기업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남양유업 (501,000원 ▲7,000 +1.42%)은 최근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 "자칫 최대주주에게 돈을 몰아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는데, 최대주주-차등배당을 통하면 이런 문제는 말끔히 해소된다는 평가다.

금호석유 (117,100원 ▼1,100 -0.93%)화학의 경우 2017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750원, 일반주주 800원의 차등배당제를 적용했다. 2016년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일반주주들의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이를 책임지겠다며 차등배당을 도입했다.

박 회장은 전체 배당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몫을 줄여 일반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형태로 차등배당 구조를 만들었다. 금호석유화학의 배당정책에 대해 국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금호석유화학의 차등배당은 올해 주총까지 3년간 이어졌고 변수가 없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8개 기업이 차등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차등배당은 적은 비용으로도 시가 배당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최대주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기업이미지뿐 아니라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