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배당확대 주주제안 거부...체면구긴 국민연금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신아름 기자 2019.02.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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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배당확대시 최대주주 혜택 커" 국민연금 주주제안 거부...수탁자책임위 위원 "배당소득 세금 부담에 여론전 추정"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주주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배당 확대가 일반주주보다는 오히려 대주주에 이익을 증대하는 만큼 고배당보다 사내 유보금을 늘려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주장이다.

남양유업을 상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 배당 확대를 위한 별도 심의·자문 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하려던 국민연금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남양유업은 11일 "최대주주(51.68%) 및 특수관계인(2.17%)의 지분율이 총 53.85%로 배당을 확대한다면 증가된 배당금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보게 된다"며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주주제안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고배당보다 사내유보를 함으로써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 저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그간 수차례 국민연금에 해명해왔고 혹여 돈을 창고에 쌓아두고 배당을 적게 하는 회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리자는 차원에서 입장발표에 나섰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 때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이 53.85%에 달해 표 대결을 할 경우 국민연금의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저배당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 코드 행사해야한다는 명분에 매달려 면밀한 검토없이 무모하게 주주제안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위해 배당정책과 관련한 별도 심의·자문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000원을, 우선주 1주당 1050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비율)은 17% 수준으로 상장사 평균인 33.81% 보다 낮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난 7일 회의에서도 배당 확대가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주주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가져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어 "남양유업이 그럼에도 이처럼 여론전을 펴는 것은 배당 확대로 배당 소득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40% 세금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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