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백종원 선생의 역사하심에 수많은 군중이 그의 뒤를 따라 메뉴를 고르니. 보라. 아직 정식 오픈도 하지 않은 '테스트 브랜드' 식당 앞을 가득 메운 저 사람들을. 한 시간 넘는 기다림도 기꺼이 감내하는 저들의 굳건한 믿음을.
그리하여 머플러도 백종원 선생의 은혜를 받으러 성지순례에 나섰으니, '백종원 테스트 브랜드'(정확하게는 더본코리아의 테스트 브랜드) 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고 그 맛을 기록하려 함이로다. 네 번째는 이름부터 기대감이 솟는 '인생설렁탕'이더라.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서 최고를 가리켜 '인생○○'라고들 하잖아? 네 번째로 찾은 백종원 테스트브랜드 식당 '인생설렁탕'은 이름부터 기대감을 팍팍 끌어올리는 곳이었어. 뽀얀 고깃국에 공깃밥 팍팍 말아 한 숟갈 푹 떠서 입 안에 가져가면 온몸에 따끈한 온기가 차오르면서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혀 온 모든 것들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랑과 평화의 '인생설렁탕'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백종원 테스트 브랜드 투어 | #인생설렁탕
설레는 마음으로 그냥 설렁탕 두 그릇과 특설렁탕 하나를 주문하고 잠시 후, '인생설렁탕'이 나왔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설렁탕의 뽀얀 국물에 숟가락을 넣고 이리저리 휘저었더니 역시는 역시더라. '가성비 갑' 백종원 식당답게 고기가 참 많더라고.

6500원짜리 설렁탕과 8900원짜리 특설렁탕의 차이점은 '스지'가 들어갔느냐, 들어가지 않았느냐래. 스지? 그게 뭐지?

설렁탕집에서 설렁탕 만큼 중요한 게 또 하나 있지. 바로 깍두기! 혹은 섞박지! '인생설렁탕'에선 깍두기(섞박지)와 배추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내놔. 설렁탕이 맛이 있으니 물론 김치도 맛이 좋겠지?

'인생설렁탕'엔 설렁탕 말고도 국수와 전골, 모둠수육, 불스지 등의 메뉴가 있어. 우리는 이 가운데 모둠수육과 불스지를 주문했지. '고기 한번 실컷 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모둠수육을, '이건 뭐지?'란 호기심에 불스지를 골랐어.
모둠수육의 첫 인상은 참 좋았어. 양도 푸짐해 보이고, 설렁탕과는 다른 맛의 고기와 채소와 스지를 즐길 수 있을 거 같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비추야. 굳이 1만5000원이나 주고 이걸 사 먹을 이유가 없어 보여. 재료 구성도 맛도 설렁탕과 같았거든. 설렁탕 국물을 좀 덜어내고 넓게 펼쳐놓은 정도? '수육'이니까 두툼한 고기를 기대했지만 설렁탕에 들어있는 얇디 얇은 고기 그대로였어. 맑은 국물 속 스지는 다소 느끼해서 자꾸만 김치를 호출했지만 이곳의 김치는…

요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간편 야식('심야식당' '안주야' 등등)이 많아졌잖아? 제발 백종원님이 이 불스지를 간편 야식으로 출시해 줬으면 바람이 생길 정도로 정말 맛있었어. 꼭 '인생설렁탕'이 아니더라도 다른 식당에서 불스지를 팔아줬으면 싶더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