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새벽배송 이용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면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9.02.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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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몇번 주문했더니 포장재에 놀라 다시는 안시킵니다. 종이 안에 은박지 붙여놓은 냉장박스는 어디다 버려야하나요. 내 몸에만 좋은 유기농 찾지말고 자연도 생각해야합니다."
최근 주변에서 신선식품 배송주문을 시켰다 탑처럼 쌓인 포장재에 놀랐다거나 죄책감을 느낀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배송과정에서 스티로폼이나 비닐 등 일회용 포장재 과소비가 심각해서다.
실제 마켓컬리나 쿠팡 등 새벽배송 업체에 주문하면 은박종이 박스나 스티로폼 박스에 보냉팩 등과 함께 배송하는데 과연 이렇게 포장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다. 상품 한 두개를 주문하는데도 대형 박스가 따라오기 일쑤여서다. 기자가 아이들 과자와 요거트, 야채, 빵 몇개를 주문했더니 대형 박스 3개가 왔다. 종류마다 따로 담은 것인데 그냥 한 박스로도 충분해 보였다. 쿠팡역시 마찬가지다. 얼마전 야채 6개를 주문했는데 스티로폼 박스 3개가 왔다. 특히 파 한단은 별도로 긴 스티로폼 박스에 담았는데, 포장에 대한 집착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별 상품은 완충재(일명 뽁뽁이)나 비닐로 별도 포장한다. 신선식품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들어 정부가 마트 등 유통업체에대해 일회용 비닐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새벽배송 업체들은 나몰라라 한다. 게다가 한겨울인데도 많은 업체들이 일반쓰레기인 보냉팩을 사용한다.
물론 업체들마다 나름의 해명은 있다. 고객 주문품에는 상온제품과 냉장, 냉동 식품이 섞여있어 혼합해 넣으면 배송시 얼거나 녹아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업체는 물을 냉매로 쓰는 친환경 보냉팩으로 전환하고 배송상자도 재생지를 활용한 친환경 배송상자로 전환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환경 포장재를 늘린다해서 과대포장의 본질적 해법이 되긴 어렵다.
이같은 과대포장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이용자수 확대와 속도경쟁에 치중하다보니 물류시스템 효율화는 간과한 것이다. 상자 하나에 담을 물건을 서너개에 나눠 담는 것은, 배송인력과 자원,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우선순위는 아닌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자사 주문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환경보호를 위한 일회용품 줄이기에 전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시대다. 필요하다면 포장재를 회수해서 재활용하거나 제품 패키징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하나의 박스로 묶음 배송하는 등 방법이 없지않다. 당장 편리하다해서 고객들이 과대포장을 용인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쌓이는 스티로폼 박스와 비닐 포장재를 보면서 불편함과 죄책감을 느낀다면 어느 누가 새벽배송이 편리하다고 말할 것인가.
조성훈 산업2부 차장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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