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군대 안가면 무죄, 가면 유죄'…양심적 병역거부 재판 혼란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2.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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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병역거부와 양심 사이]병역법 위반 재판 중 생각 바꿔 군대 가겠다는 20대,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확정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재판 중 마음을 바꿔 군대에 가겠다고 한 20대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함에 따라 계속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었으나 마음을 바꾼 결과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윤성묵)는 지난달 10일 병역법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불복하지 않아 지난달 18일 확정됐다.



A씨는 2016년 10월 백골부대 3사단 신병교육대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1심 법원에서 A씨는 본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면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2017년 6월 A씨에게 보통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주어지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으면 병역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형을 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지 않은 A씨는 2017년 8월 항소하면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A씨의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해 병역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양심에 따른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A씨는 진정한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한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마음을 바꿨다. 2018년 12월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며 입영통지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2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양심에 따라 군대에 안 가겠다고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무죄를 받고, 군대에 가겠다고 생각을 바꾼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유죄를 받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A씨가 군대에 가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해도 무죄 판결을 받을 수는 없다. 이미 병역거부 행위해서 재판에 넘겨졌으므로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은 이뤄져야 한다. 형사처벌은 행위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한 당시의 양심이 어땠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주장을 재판 중에 철회할 경우엔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병역거부 행위를 했을 당시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었다면 생각이 금방 바뀔 가능성이 낮아서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감옥에 가지 않은 A씨는 판결에 따라 현역으로 군대에 가게 될 전망이다. 만약 A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주장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만들어질 예정인 대체복무제도에 따라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을 철회한 A씨는 대체복무제의 대상이 아니다.

또 병역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되기 위해선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A씨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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