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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원한 포만·소금·우울·응고, 왜 '배신의 아이콘'으로 돌아왔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1.25 06:00

[따끈따끈 새책] ‘진화의 배신’…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인간 진화의 화두에는 뛰어난 뇌가 있지만, 그 이전에 위대한 4가지 유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우리가 오늘날 여기 있는 것은 뇌력의 승리지만, 우리 생존은 늘 우리 몸에 달려있었다”고 말한다.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메카니즘에 따라 진행된 진화에서 ‘가장 적합한 유전 형질’을 지닌 자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 4가지 위험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가 에 달려있었다.

굶주림에 대한 방어 유전자는 지나칠 정도로 배불리 먹어 두는 것이었다. 아사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몸은 과식해서라도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사냥을 오래 하기 위해 소진되는 탈수를 막는 것도 생존에 중요했다. 다른 포유류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마시고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 소금을 섭취하게 한다. 입맛과 생존을 위한 과잉보호 본능 때문에 소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짠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탈수 방어 기제를 만들어낸 셈이다.

폭력은 진화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응된 산물이다. 살인을 통해 식량과 물, 원하는 여성과 자손 번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살인 능력 못지않게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 살해당하지 않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우리 조상들은 어떤 형질을 발달시켰을까. 바로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우울은 진화가 낳은 탁월한 자기 방어법이었다.

출혈로 목숨을 잃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두 가지 혈액 응고로 신속 대응 경로를 갖췄다. 이 4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긴 세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진화를 돕던 이 4가지 유전자가 단 200년 만에 우리의 적으로 돌변했다. 비만은 사회적 질병으로, 소금은 고혈압의 원인으로, 살인은 자살률 급증으로, 혈액 응고 장치는 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뇌졸중을 일으키는 해악으로 인식된 것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2배로 늘어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고혈압, 우울증과 심장질환 역시 급등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상들이 겪었던 식량 부족을 평생 겪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전 형질은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우리 몸을 작동시킨다”고 설명한다.

우리 조상은 하루에 0.7g의 나트륨을 섭취하고도 잘 살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평균 5g을 섭취한다. 방어 기제가 과다해 우울증으로 죽는 인구가 늘고, 혈전으로 인한 사망은 살인, 외상 등 출혈 증상으로 사망한 인구보다 4배 이상 많아졌다.


저자는 “우리 신체는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데, 현대 변화 속도에 맞추려다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인류가 지닌 뛰어난 뇌를 이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화의 배신=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56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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