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법원 '참담할 따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9.01.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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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진상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이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우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된 것을 놓고 법원 내부에서는 참담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반응이 엇갈렸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참담할 따름"이라고 했다.



다른 판사는 "한때 삼부요인이었던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는 것 자체로 충격적"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구속이유를 보면 '범죄혐의가 소명된다'고 돼 있는데, 향후 공판에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와 증거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방 지원의 한 판사도 "양 전 대법원장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도 구속됐다는 것은 그만큼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제시한 증거들이 설득력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구속영장 발부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이 원칙이다. 영장심사에서 혐의가 소명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물증이 모였다면 굳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전직 법원행정처장들도 구속이 안 됐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의문"이라며 "법원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결론인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를 담당한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범죄혐의가 소명되는 점 △사안이 중대한 점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이 판단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구속수감됐다.

양 전 원장은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법원이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해 놓고서 이듬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이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자, 법원행정처가 원고 몰래 재판에 개입해 판결 선고를 연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서도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정부 입맛에 맞춰 판결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법부와 사법행정을 비판하는 법관들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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