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석유 아시나요' 기술력 앞세워 세계 진출하는 SKC

머니투데이 울산=우경희 2019.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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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부가 PO·PG 친환경 HPPO 방식으로 생산..中 연30만톤 신설하고 동남아 등 추가 진출

SKC울산공장 설비/사진제공=SKCSKC울산공장 설비/사진제공=SKC


울산의 하늘은 청명했다. 석유화학공단 내 공기도 미세먼지에 신음하는 서울과 사뭇 달랐다. 잔디가 잘 정돈된 진입로를 따라 SKC (109,300원 ▼4,400 -3.87%) 울산공장에 들어섰다. 공장 해발고도는 50m. 탁트인 시야가 공단 전체를 둘러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SKC 울산공장은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높이는 석유화학공정에서 SKC의 지위를 대변한다. SK는 원유를 증류해 아스팔트부터 에틸렌까지 석유화학제품을 추출하는 공정을 모두 갖추고 있다. SKC는 그 중에도 PO(프로필렌옥사이드)를 생산하는 공정을 맡는다. 단가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SKC는 PO에 물(H2O)을 더한 PG까지 만든다. PG는 산업용, 식품 및 의약품용으로 나뉜다. 산업용 PG는 도료나 우레탄 원료가 되고, 식품 및 의약품용 PG는 말 그대로 식품과 약품에 쓰인다. 석유화학물질 중 유일하게 인간이 먹을 수 있다. 식품용 PG의 핵심은 보습성이다. 알약이나 크림처럼 고체 또는 반고체 상태로 성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역시 PO를 원료로 만드는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폴리올(Polyol)은 일본 미쓰이 화학과 합작해 설립한 MCNS를 통해 생산한다. 가구나 자동차, 건축물에 널리 쓰이는 소재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격벽과 건축 단열재, 냉장고 등 가전제품용 핵심 부품을 만드는데 필요하다.



SKC가 PO 시장 생산량 기준 세계 1위는 아니다. 연산 31만톤 규모 캐파(생산능력)는 연 100만톤 안팎을 생산하는 유럽 경쟁사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SKC의 자신감은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에, 생산량보다는 고부가가치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SK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HPPO 공법을 상용화했다.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공법인데 물 이외에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아 경제적이고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과산화수소에서 산소분자를 떼어내 프로필렌에 붙이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하태욱 SKC 화학생산본부장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설비의 설계부터 상업화까지 2년 만에 해냈다"며 "10년 이상 높은 가동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SKC는 중국 석유화학기업 QXTD, 독일 에보닉(EVONIK), 독일 티센크룹 등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HPPO 공법을 도입한 PO 합작사를 중국 산둥성 쯔보(치박)시에 짓는다. 투자금액 등 세부내용은 2분기 중 확정되지만 중국이 원료공급을 맡고 SKC가 생산을 맡는다. MOU를 통해 이미 원료와 공급처가 확보된 셈이다. 생산량은 울산과 비슷한 30만톤이다. 2021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SKC는 이와 함께 동남아와 중동에 제3 생산기지 설치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2025년 글로벌 PO 생산량을 1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SKC의 PO 생산은 그간 국내서 연 6000억원 가량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 왔다. 최근 S-Oil이 PO 생산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시작됐다. SKC는 고부가가치화로 이를 극복할 방침이다. 화장품, 식품 등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메이저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해 SKC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4분기를 뺀 3분기 누적 기준 1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하 본부장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한편 울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여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꼭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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