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 행정' 비난 받는 박원순 을지면옥 철거 제동...다시 세운 갈등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1.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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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노포 철거 금지, 수표지구 사업 중단…재개발 찬성 토지주 협의 진통 불가피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신년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신년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중구 세운3구역 내 유명 노포(老鋪, 대를 잇는 오래된 음식점)인 을지면옥과 양미옥을 재개발 과정에서 보존키로 가닥을 잡았다. 노포 철거를 우려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검토’ 발언이 현실화된 셈이다.

재개발에 찬성한 토지주들은 서울시가 법적근거 없는 독단적인 결정으로 사업 추진을 방해한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토지보상 문제로 대립 중인 세운 3-2구역 내 최대지주 을지면옥과 지주공동사업추진위원회(이하 지주모임)간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개 소구역으로 나뉜 세운3구역에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3-2구역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맛집으로 이름을 알린 양미옥은 3-3구역에 있다. 을지면옥 점주는 3-2구역 전체 토지의 11%(136.7평)를 보유 중인 땅주인이며, 양미옥은 세입자여서 구역 내 별도 토지지분이 없다.



서울시는 토지보상과 이주계획을 마치고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3-1, 3-4·5구역은 재개발을 그대로 추진하되, 을지면옥과 양미옥이 포함된 3-2‧6·7구역과 3-3‧8·9구역 통합 개발은 보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관할 구청과 협의해 사업시행인가를 최대한 늦출 방침이다.

현재 가게 원형 그대로 재개발 구역 내에 존치하거나 종로 피맛골 청진옥처럼 신축 주상복합 건물에 재입점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원형 보존 방식은 지주모임 반발로 추진시 난항이 예상된다.

구용모 지주모임 사무장은 “을지면옥과 안성집 부지를 유지하면 재개발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가 이제와서 노포 문제를 이유로 재검토를 추진하는 것은 사업에 찬성한 토지주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운3구역 영세토지주들이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세운지역개발 촉진계획 전면 보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세운3구역 영세토지주들이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세운지역개발 촉진계획 전면 보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주모임과 가족 등 관계자 150여명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도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사업 재검토 방침을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토지주 심병욱씨는 “서울시 정책혼선으로 사업이 10년 넘게 지연돼 지금도 수십 여명의 지주들의 토지 경매가 진행 중”이라며 “재개발로 노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감성에 치우친 정책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2014년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계획이 역사도심기본계획상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재개발 계획을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가게는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을지다방 등 4곳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생활유산으로 지정하더라도 토지주가 동의하면 철거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공구상가가 밀집된 세운3구역 옆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도 기존 상인 이주보상 등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 추진을 중단키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이 지역에 지하 5층~지상 25층, 연면적 11만7813㎡ 규모 대형 오피스빌딩 개발계획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시행사는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는데 당분간 심의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신상철 중구 부구청장은 “이주대책과 보상금 지급 계획이 불분명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보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인근에 공공임대 상가를 만들어 수표지구 내 공구상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력한 후보지로는 세운5구역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500여평 부지가 거론된다. 김승원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LH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구역별 사업계획(안). /자료=서울시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구역별 사업계획(안).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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