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사진제공=세이브앤코.
이 제품을 기획한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사진·34)는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디자인 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대표는 독일 ‘이프’와 ‘레드닷’, 미국 ‘아이디어’ 등 20곳이 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디자이너다. 2015년에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가 선정한 젊은 문화 혁신가 50명 중 1명에 꼽혔다.
그가 성 문화에 대한 편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건 2013년 처음 미국에서 대학 강단에 섰을 때다. 그의 강의에서 한 여학생이 무료로 콘돔을 배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박 대표는 수업 내내 조마조마했다. 학생들이 웃거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갈까 봐서다. 하지만 학생들은 진지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여성의 성을 둘러싼 편견을 없앨 수 있을까?’ 박 대표의 고민은 지난해 2월 창업과 9월 성생활용품 브랜드 ‘세이브’ 출시로 이어졌다. 사업 취지에 공감한 텍사스대 제자 등 지인들이 함께했다. 세이브(SAIB)라는 명칭은 편견을 뜻하는 영단어 ‘BIAS’를 뒤집은 것이다. 여성의 성생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 대표는 첫 제품으로 콘돔을 택한 이유에 대해 “콘돔은 여성 몸 속으로 들어오는 의료기기인데도 안전성 논의가 부족하고, 기존 제품들은 남성 중심의 자극적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으로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준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 탓에 여성 소비자들이 배척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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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콘돔은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 성분에서도 차별화했다. 박 대표는 “발암 물질과 화학첨가물을 배제하고 식물성 원료만 사용했다”며 “생물학적 안전성 테스트를 거쳤고, 분기별로 균 검사도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는 편의점, 패션·디자인 편집샵, 뷰티 스토어 등 유통채널 다각화로 구매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제품 수익 중 10%는 여성권리 강화를 위한 캠페인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우리 메시지에 공감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