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허송세월? 북미 정상회담 성사, 1·2차 차이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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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6월의 북미, 2월의 북미]다시 마주앉는 스트롱맨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부분셧다운과 이민자, 멕시코 국경장벽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는 등의 제안을 내세웠다. 2019.01.2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부분셧다운과 이민자, 멕시코 국경장벽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는 등의 제안을 내세웠다. 2019.01.20.


북미가 2월말 개최에 합의한 2차 정상회담은 다시 한 번 톱다운 방식의 힘을 증명했다.

2018년 6월, 2019년 2월의 기본 프로세스는 약속→이행→신뢰의 선순환으로 같다. 하지만 북미 1차 정상회담 후 '순환'은 한 단계에서 막혔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때 돌파구를 찾은 게 양측 정상이다. 촉진자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재확인했다.

약속이행 통해 신뢰..싱가포르 합의 도출=작은 신뢰는 진전된 약속을 낳는다. 이걸 실천하면 신뢰가 한 단계 깊어진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과정이다. 2018년 극적 변화의 출발을 대개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로 꼽는다. 진짜 신호탄은 그에 앞서 2017년 12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쏘아올렸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강릉을 방문, 다시 서울로 오는 대통령전용 고속열차(KTX)에서 미국 NBC 방송에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돌발제안이 아니라 미국과 조율한 결과다. 김 위원장 신년사는 여기에 화답한 것이다.

남북미의 '약속이행'으로 평창 올림픽을 무사히 치렀다. 기초적인 신뢰와 의지를 확인한 북미는 3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편에 억류했던 미국인들을 보냈고(5월9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5월24일)했다.



그러자 주고받기 방식이 작동했다. 거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놓칠 리 없는 화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억류 미국인들이 풀려나자 "6월12일 싱가포르"라는 점을 트위터로 공개했다. 김영철 최선희 등이 북한의 전통적 외교문법대로 미국을 맹비난하자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회담을 물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프로세스 막히자 다시 톱다운..文 역할=싱가포르 합의 후 2차 정상회담도 이런 수순으로 진행되는 듯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 재차 방북했다. 그런데 실무회담에 맡겼던 비핵화 협상이 늪에 빠졌다. 북한은 중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부터" 요구한 반면 미국은 "뭘 믿고 해주느냐"는 기본적인 미스매치에 다시 갇혔다.

9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친서를 보냈다. 그러나 협상은 교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걸린 상하원 중간선거(11월6일) 국면에 들면서 협상은 더욱 정체됐다.


문 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12월 G20 정상회의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사이를 다시 붙들어 맸다. 비핵화 상응조치란 제재 완화 말고도 군사훈련, 인도적·비정치 교류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만난 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선언했다.

북미 정상간 결단이 다시 난국을 풀되 '문재인 모멘텀'이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물론 6·12 이후 6개월 실질적 진전을 못 이뤘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의 큰 차이가 여기에 있다. '약속과 이행' 단계가 잘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잡혔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벌어지는 끝장 실무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아예 참여하는 점도 변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웨덴으로 갔다. 문 대통령은 2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스웨덴에서는 실무 대화가 이어지고 있고,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라고 이를 인정,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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