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켈리는 끝났다

서성덕(음악평론가) ize 기자 2019.01.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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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켈리는 끝났다


2019년 미국 대중음악은 어떤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알 켈리로 시작했다. 지금도 TV 예능에서 희망의 찬가처럼 쓰이는 “I Believe I Can Fly”의 알 켈리 맞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은 1월 3일부터 5일까지 6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알 켈리로부터 살아남기’를 방영했다. 방송은 알 켈리의 20년이 넘는 경력 전체에 걸쳐 벌어진 정신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고발한다. 공식적인 증인만 50명에 달하고, 생전의 알리야가 15세 무렵에 알 켈리와 성적 관계에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알리야의 부모는 부정했다.) 알 켈리는 다큐멘터리 방영 전, 예고된 내용은 거짓이며, 방송국을 고소한다고 경고했다. 방송 결과 시청자수는 최대 230만명에 달하고, 이는 라이프타임 채널의 통상적인 시청자 수에 비하여 3배 수준이다.

SNS를 넘어서 현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당연히 알 켈리의 커리어도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라디오 방송국에 알 켈리의 노래를 틀지 말라는 요구가 들어가고, 실제로 몇몇 방송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알 켈리의 소속 레코드사인 소니뮤직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고, 지난 주 소니뮤직과 알 켈리는 공식적인 발표 없이 결별했다.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 RCA의 홈페이지에서 알 켈리가 사라졌다. 알 켈리 본인의 음악만 문제가 아니다. 레이디 가가, 찬스 더 래퍼, 피닉스는 알 켈리와 콜라보레이션 했던 것을 사과하고, 그 노래들을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원 판매 사이트에서 없애고 있다. 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이다. 뉴욕, 시카고, 아틀란타의 지역 검사는 다큐멘터리가 제기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증인 중 알 켈리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알 켈리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침묵 중이다.



사실 알 켈리는 십 수년간 성폭행 관련 소송을 겪었으면서도, ‘미투’의 영향을 받지 않은 희귀한 케이스다. 대부분의 소송은 비공개 합의되거나, 지연되었고, 알 켈리는 어떤 식으로든 형사적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어떤 여지로 남을 수도 있다. 작년 5월 스포티파이가 ‘혐오 컨텐츠 관련 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알 켈리의 음악을 모든 플레이리스트에서 제거하고, 적극적인 홍보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논란이 된 이유다. 프렌치 몬타나가 알 켈리는 자신의 음악적 성과를 누릴 자격이 있고, 단지 의혹 만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알 켈리와 마이클 잭슨을 동일선상에 놓고 말한 근거이기도 하다. 카니예 웨스트가 최근 인터뷰에서 마이클 잭슨에 대한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를 두고, 우리가 아티스트 1명을 찢어버려야 한다면 예술 전체를 찢어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과 비교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알켈리의 사건들은 많은 피해자가 나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에 대한 무감각의 시대가 끝난 것은 분명하다.

라이프타임 채널이 의도한 것도, 트레버 노아가 투데이 쇼에서 지적한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다. 래퍼 커먼이 TMZ 인터뷰에서 말한 것도 같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고, 커뮤니티로서 실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 스스로에게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그들이 멈추도록 해야 했다’고도 말했다. 믹 밀, 오마리온, 니요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의 감상을 말했다. 찬스 더 래퍼는 한 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 몇 일간 내가 친구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들었다. 모두 부끄러운 일이고, 이 모두가 세상에 나올 것이고,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합당한 정의로운 결과를 얻을 것이다.’



요컨대 ‘알 켈리로부터 살아남기’는 알 켈리 개인의 범죄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흑인음악 커뮤니티가 음악계에서 여성 이슈로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장르의 속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나갈 수 없다는 상징이다. 심지어 흑인 인권이라는 인종 이슈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어떤가? 작년 ‘미투’와 ‘타임즈 업’ 캠페인이 알 켈리를 겨냥했을 때, 알 켈리는 이를 ‘흑인 남성에 대한 공개적 린치’라고 표명했다. 사회가 ‘미투’는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도, 알 켈리가 무사했던 이유다. 그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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