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취업자 증가 역대 최대, "65세 이상도 그만 안 둬"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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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68>금융노조 "정년 63세로 연장 요구하라" 요구…고령 노동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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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취업자 증가 역대 최대, "65세 이상도 그만 안 둬"


# “2018년 ‘65세 이상’ 신규취업자 14만5000명, 연령대별 최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23만4000명이 늘어나 전 연령대를 통틀어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60세가 정년퇴직 연령인 점을 감안하면 위의 결과는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정년은 만 60세다. 10여년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은행권에선 이미 55세 희망퇴직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60세 이상’ 신규취업자가 최다라니.

더 놀라운 건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가 14만5000명이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65세 이상’이 모든 연령대를 다 제치고 취업자 증가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65세 이상’은 고용통계상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로 분류되지 않는 나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지금 비(非)생산가능인구인 ‘65세 이상’이 취업 1등인 세상이 됐다. 위의 고용통계대로 ‘60세 이상’ 신규취업자가 가장 많다면 ‘60세 이상’은 이제 은퇴하는 나이가 아니라 재취업하는 나이로 불러야 할 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증가가 지난해 처음 나타난 게 아니고 2000년 고용통계가 시작된 이래 지속돼 온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다 2015년에 처음으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고, 급기야 지난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신규취업자가 최다가 됐다.

# "2022년 이후 '65세 이상' 취업자 비중 10% 넘을 듯, 고령 노동사회 진입 예상"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가 늘고 지난해 ‘65세 이상’ 신규취업자가 전 연령대에서 최다를 기록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고령화 때문이다. 고용통계상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53만1000명이 늘어 ‘60세 이상’ 인구 증가가 역대 처음으로 연간 50만명을 넘었다.

그리고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증가는 31만5000명으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60세 이상’ 취업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비중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비중은 2017년 15.3%에서 2018년 16.1%로 올라갔고, ‘6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8.1%에서 8.6%로 늘어났다. 고용통계가 시작된 2000년엔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비중은 9.3%, ‘65세 이상’은 4.7%에 불과했다.

해마다 노인 취업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2022년 이후엔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비중이 20%를 넘고 ‘65세 이상’ 취업자는 1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통계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라 부르고 14%가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한다.

이러한 기준을 고용통계(15세 이상 인구)에 적용하면, 2013년에 우리 사회는 이미 ‘65세 이상’ 취업자가 7.3%를 차지해 고용통계상으로 고령화 노동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2년 이후엔 그 비중이 10%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고령 노동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취업자 증가 역대 최대, "65세 이상도 그만 안 둬"
# "30대 이하 취업자 감소 및 인구 감소 추세"

반면 2030대 청년 취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9세 이하’ 취업자는 전년 대비 6만4000명 줄었다. 2030대 청년 취업자 감소 현상은 2000년 고용통계가 시작된 이래 꾸준하게 반복돼 왔다.

2030대 청년 취업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저출산 때문이다. 고용통계상(15세 이상 인구) ‘39세 이하’ 인구는 지난해 24만9000명이 줄어 고용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2030대 청년 인구가 줄어들면서 ‘39세 이하’ 취업자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대 청년 취업자 비중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39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17년 35.7%에서 지난해 35.4%로 낮아졌다. 고용통계가 시작된 2000년엔 ‘39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이 52.1%에 달했다.

극심한 저출산과 빠른 고령화로 인해 30대 이하 취업자는 줄고 60대 이상 취업자는 늘어나는 세대간 취업 양극화 현상이 공고화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 전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선 ‘60세 이상’이 퇴직하지 않고 계속 취업에 남아 있게 되면 청년들의 신규 채용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 ‘60세 이상’이 그만 두지 않으면 2030대 청년을 신규 채용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vs 정년 63세로 연장 요구"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앞둔 50대 중장년층의 연봉을 깎고 줄어든 인건비로 청년들의 신규채용을 늘리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되면 연봉이 깎인 채 계속 직장에 다니거나 아니면 명예퇴직을 신청해 떠난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50대 중장년층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대간 일자리 빅딜’로도 노인 취업자 증가와 청년 취업자 감소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고용통계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지원 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50대 중장년층의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올해 금융권은 작년보다 좋아진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며 오히려 정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금융노조는 지난해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정년이 늘면 그만큼 청년들의 신규 채용 기회는 더 줄어든다. 그래서 금융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심각한 청년 일자리를 외면한 채 제 밥그릇만 채우려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을 샀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60대 이상 취업자가 증가하고 30대 이하 취업자가 감소하는 현상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저출산 문제는 2~3년 만에 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최소 20~30년 이상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고, 고령화 문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게다가 정년마저 63세로 연장하라는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 사회가 고령 노동사회로 진입하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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