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50x50-2018년
로스코의 미학이 선에 있다면, 박 작가의 미학은 결에 있다. 그는 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인 결을 통해 자연의 진실과 본질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박 작가는 “구상화는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이지만, 비구상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어떤 사물의 속성은 이를 마주하는 이의 느낌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작업하는 재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세상 만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왔듯, 그 과정 속의 역사를 오롯이 길어내는 작업이 ‘결’이다. 박 작가가 드러내는 작업은 결국 만물의 역사를 더듬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인 셈이다.
무제-30호-90.9x72.7(3)-2018년
이번 전시에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 돌, 나무 등 친화적 재료를 캔버스에 담은 작품 40여 점이 선보인다.
규칙적인 색, 점들의 나열로 보이는 단순한 표피를 자세히 관찰하면 한 점, 한 점 크기와 균형이 각기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닮은 모습이라도 각기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무제-100호-162x130-2018년
모든 작품을 ‘무제’로 통일한 것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촘촘하게 짜인 작품이 때론 ‘예쁘게’ 보이다가도 때론 분노의 얼굴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대하는 평가도 그런 ‘이중성의 해석’이 아닐까.
무제-30호-90.9x72.7-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