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이민 왜 가셨어요? (영상)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이상봉 기자 2019.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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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드립니다]<20> 해외 거주자의 '이민' 경험담… "어느 나라든지 장단점 있어"

편집자주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 곤란했던 질문들… 독자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기자가 대신 물어봐드립니다.





#직장인 박모씨(31)는 최근 서점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들이 연달아 비치된 서가를 발견해서다. 박씨는 대학 졸업 후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항상 이민을 꿈꾼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6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떠났던 호주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박씨는 "일만 하고 사는 한국 생활에 지쳐간다"면서 "여유로운 호주 생활이 그리워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위즈덤 하우스, 민음사, 미래의 창/사진제공=위즈덤 하우스, 민음사, 미래의 창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이민을 꿈꾸는 너에게』,『한국이 싫어서』… . 서점가에 각종 이민 관련 도서들이 가득 찼다. 해마다 열리는 이민 박람회는 이민을 꿈꾸는 이들이 줄을 이은다. 몇 해 전부터 온라인상에서는 '탈조선'(한국을 떠난다는 의미)이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을 떠나려는 이들이 빚어낸 모습이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중 29위에 머물렀다.



실제로 청년 10명 중 3명은 해외 이민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의 만 15~39세 청년 2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청년 사회ㆍ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가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38.2%)의 비율이 높았다. 해외이주를 고려한 이유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34.3%)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새로운 사회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18.7%)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해외유학·이민박람회에서 해외유학 및 이민 희망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해외유학·이민박람회에서 해외유학 및 이민 희망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직장인 유모씨(29)는 "각박한 한국 생활에 지쳤다"면서 "설령 업무 강도가 비슷하더라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짧게나마 해외 생활을 경험하는 '한 달 살기'도 인기다. 지난해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는 학원 강사 강소영씨(29)는 "일상에 지쳐 무작정 발리로 떠났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누군가 방법만 알려주면 이민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김모씨(26)는 "주변을 보면 특별한 고민 없이 '현실 도피' 목적으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해외에 살기만 하면 모든 삶의 고민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민 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을 위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세 명에게 물었다.

Q. 한국 왜 떠나셨어요?

Y씨(베트남 거주 3년차):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더 많은 기회를 위해 베트남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 한국 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시작 단계인 분야가 많다. 한국의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오면 좋은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을 떠나왔다.

M씨(미국 거주 10년차): 미국에서 10년 정도 살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도중 문득 "이렇게 공부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때마침 친한 친구가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학에 호기심이 생겨 바로 준비해서 미국으로 떠났다.

L씨(호주 거주 9년차): 호주 멜버른에 9년째 거주 중이다. 한국에서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는데, 나이 때문에 많은 기회가 제약된다고 느꼈다. 능력이 있어도 어리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해 번번이 힘들었다. 외국에서 새롭게 시작을 해보고 싶었다. 능력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Q. 해외 거주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Y씨(베트남 거주 3년차):
베트남에 살면 경쟁이 덜 치열하다. 또 세금 혜택, 식자재 비용, 인건비 등 한국에서 사업할 때 힘들다고 느꼈던 여러 장벽들이 베트남에서는 한결 수월하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베트남 현지인보다 두배 이상 노력해야 하는 게 힘들긴 하다. 하지만 베트남은 현재 경기가 활성화된 상태라 좋은 시기에 한국을 떠나 자리를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M씨(미국 거주 10년차):
한국에 살 때보다 삶의 질이 높다는 게 가장 좋다. 같은 업종을 비교했을 때 미국은 근무 환경이 더 여유롭다. 특히 미국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보니 회식이나 단체 생활 등 불필요한 압박이 없어서 좋다. 다만 언어 습득이 덜 된 상태에서는 일처리나 일상 생활이 모두 힘들다. 처음 1~2년 동안은 향수병도 생기고 힘들었다. 힘든 시기를 견뎠더니 금세 외국 생활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종종 한국에 들어가면 미국과 삶의 질이 많이 차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는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L씨(호주 거주 9년차):
호주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하든 사업을 하든 제도적인 부분이 잘 갖춰져 있어 좋다. 고용주나 피고용주 모두 법적으로 보호받고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복지 제도도 굉장히 잘 돼 있다. 물론 가족·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현재 호주에서의 경제적인 부분이나 그 외적인 삶 모두에 만족하고 있다. 경제 생활을 은퇴한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은 호주에 계속 살고 싶다.

Q.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Y씨(베트남 거주 3년차):
'기회의 땅'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무조건의 기회가 있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충분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 준비를 해도 막상 해외에서 맞닥드리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M씨(미국 거주 10년차):
어느나라든지 장단점은 다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어떤 부분이 싫어서 외국을 떠났다 하더라도 한국과는 또 다른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로망스'만 가지고 외국을 가는 건 조심해야 한다. 또 해외 거주를 결심해서 해외로 떠났다면 현지 언어를 빨리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언어를 빨리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친구를 사귀는 것. 한국인 친구를 덜 만나고 현지 친구 사귀면서 언어를 빨리 배워야 외국 생활 정착이 수월해진다.

L씨(호주 거주 9년차):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기술만 믿고 해외로 간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면 언어가 더 큰 장벽이다. 언어적인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외 거주는 굉장히 큰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나가지 말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특정한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떠나거나 언어적인 부분을 잘 준비한 뒤 나가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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