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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삶]최저임금 공정성 논란, 결정방식 바뀌면 사라질까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1.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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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기조 따라 고무줄처럼 바뀌는 인상률..."차라리 정부가 대놓고 정한 뒤 책임져라" 주장도 나와





다음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매년 6~7월마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2017~2018년에는 "정부가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며 경영계가 반발했다. 반대로 인상률이 낮을 때는 "정부가 기업들의 편"이라며 노동계에서 항의했다. 1988년 이래로 노사가 합의한 것은 7차례에 불과하다. 표결에 부친 것이 25차례인데 이 중 노사 한 쪽이 집단 퇴장한 채 이뤄진 표결만 17차례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 선정방식과 관련 있다. 최임위는 노동계 추천 위원 9명, 경영계 추천 위원 9명과 함께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공익위원을 선임하면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인상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항상 "최임위는 독립된 기구로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을 얻기 힘든 이유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인상률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방증이다.



31년간 이어져온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 역시 이 같은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현행 최임위 구조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구간 안에서 결정하는 '임금결정위원회'로 나누는 게 골자다.

정부는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률 상하한선을 정하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중인 방안은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5명씩 추천한 뒤 노사가 번갈아가며 3명씩 기피인물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선임할 때 쓰는 '순차배제방식'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 방식에 대해 "노사가 기피인물을 배제함으로써 극단적인 시각·관점을 가진 분들 대신 좀 더 중도적인 전문가들이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최저임금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라 하더라도 추천한 진영의 논리에 휩쓸려 현재 최임위 노·사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노사의 대리인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정부 역시 노사와 같은 숫자의 전문가들을 선임하기에,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하던 역할을 구간설정위원회의 정부 추천 전문가들이 맡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임금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선정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천하던 공익위원을, 노사정의 동수 추천 후 순차배제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또 다른 방안은 노사단체 대신 국회에서 공익위원 3명을, 정부가 4명을 추천하는 방안이다.

공익위원을 국회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파행과 갈등을 반복하는 한국 국회의 특성상 매년 최저임금 심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불러일으킨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는 노동문제가 다른 법안 거래의 산물처럼 여겨져서 최저임금이 정치 이슈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최저임금 심의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노골적으로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가져간 뒤 인상률 효과에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대선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우면서도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워 최저임금 관련 책임은 회피하게 된다"며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를 정부의 단독 추천으로 구성한 뒤 정책기조에 맞게 구간을 설정하고, 그 영향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권 교수는 "이런 전제가 안된다면 선거때 정당마다 최저임금 관련 공약은 안했으면 좋겠다"며 "(정치권이) 최임위에 부담 주면서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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