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박 전 회장의 경우 비자금 조성 혐의로도 기소돼 다른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과 직접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26일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관련자들이 1심에서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게 더 유사하다.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현직 CEO들이 채용비리 사건의 직접 당사자기 때문이다. 우선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은 2013년 상반기~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를 별도 관리하면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등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은 이 전 행장 사례와는 법원의 판단이 다를 것이라는 데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세 사람의 CEO 모두 채용 과정의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도’가 다르다는 게 두 회사의 입장이다.
법원은 이 전 행장에 대해 관리명단 인사들의 합격·탈락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판시했다. 반면 조 회장과 함 행장은 모두 “최종 결재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는 게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의 공통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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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전 행장의 구속 여파가 두 CEO의 연임 가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기 만료를 앞둔 함 행장은 늦어도 내달 중에는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조 회장의 임기는 약 1년쯤 남아있다.
한편 함 행장을 비롯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자들의 공판은 지난해 8월 첫 공판이 시작된 뒤 오는 11일 네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첫 공판 후 다른 관련자들의 사건과 병합돼 최근까지 공판준비기일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선 연내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