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銀 노조, 퇴로 고민할 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01.11 06:21
글자크기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벌인 파업은 규모 면에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파업 전 한 임원은 “참가자가 3000~4000명만 돼도 성공”이라고 했다. 결과는 사측 집계 5500명, 노측 집계 9500명이었다. “파업으로 인해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공언했던 경영진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당장 실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천명의 조합원이 자리를 비웠지만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업에 참가했던 직원들이 머쓱해졌다. ‘직원 없어도 은행이 돌아간다’고 증명한 셈이 되어서다.



그러나 노조가 예고한 설 연휴 직전의 2차 파업은 파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은행 지점 방문 고객이 연중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1차 파업과는 달리 그 충격이 훨씬 클 게 분명하다. 만일 2차 파업에도 1차 파업 만큼의 조합원이 참가한다면 경영진들의 사표를 수리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규모 2차 파업은 가능할까. 국민은행 노조는 물론이고 직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파업의 이유를 ‘분노’라고 한다. 수년간의 실적 압박에 따른 고충을 해소할 공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가 주장한 ‘쟁점’에 대해선 관심이 덜하거나 처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옛 비정규직 창구전담직원이었던 ‘L0’ 직급의 경력인정 확대 요구에 대해선 바로 윗 직급인 ‘L1’ 직원들이 “L0와 L1 임금이 역전될 것”이라며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직급별 호봉상한제인 ‘페이밴드’엔 “지점마다 ‘프리라이더’ 선배 한명은 있지 않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점장 후선 보임 기준 완화 요구엔 “승진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준시니어 직원들의 우려가 상당하다.

[기자수첩]국민銀 노조, 퇴로 고민할 때


이렇듯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노조도 퇴로를 찾아야 한다. 파업이 직원들의 분노를 경영진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쟁점을 모두 관철하겠다고 고집하면 한 발도 내딛기 어렵다. 분노도 한번 표출하면 사그라드는 까닭에 2차 파업의 흥행도 장담할 수 없다.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 받았던 파업을 지속하는 게 노조에게 언제나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노조는 인식해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