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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가 번졌다.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으로 인한 고충이 상당하다며 '이유 있는 혐오'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학내에서의 제노포비아가 자칫 중국인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말 안 통하고 시끄러워서"…소외되는 중국인 유학생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경영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경상씨(23)는 "팀 프로젝트 과제가 중요한데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나를 빼고 조 모임을 진행해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유모씨(22) 역시 "외부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이 우리(중국인 유학생)가 없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캠퍼스에서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를 경험한 중국인 유학생도 적지 않다. 부산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리모씨(24)는 "조 모임이 있어서 갔더니 나를 앞에 두고 '짱깨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면서 "한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중국인은 목소리가 크고 예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학생들은 근거 없는 배척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부진하고 학습태도가 불량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게 한국 학생들의 주장이다.
대학생 고은별씨(25)는 "중국인 유학생과 함께한 팀플이 인생 최악의 팀플이었다"며 "한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중국인이었다. 지각도 밥 먹듯이 했다. 불성실한 건 언어 탓이 아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이모씨(24)는 "교양과목 시험 때 한 명이 시험지를 받자마자 나갔다. 교수님이 왜 시험을 포기하냐 물으니 '중국인이라 한국어를 못 쓴다'고 답하더라. 어학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학교 밖에서도 중국인 유학생 기피…"제노포비아 경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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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서 '중국인'은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중국인은 더럽고 시끄럽다'는 인식에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가 피하는 분위기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집 보러 올 때 중국인 이웃이 있는지 묻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피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대학 근처 식당에서 일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부당 해고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0월 초쯤 사장이 중국인 유학생 B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평소에도 'B는 한국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 저 정도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 '내가 교수라도 답답했을 거다' 등의 말을 했다. 며칠 뒤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장은 인원 감축을 위한 해고라고 했다. 그런데 B씨가 잘린 뒤 새로운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 걸 보고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해당 식당 관계자는 "매출 감소로 인해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보인다"면서 "한국 학생들의 편견 때문에 중국인들이 배제된다. 이런 정서가 사회 전반의 '중국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