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취업자 15만명 증가" 목표가 잘못된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1.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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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취업자 증가 대신 '고용률·실업률'을 고용목표로 제시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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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올해 일자리 15만개 창출 목표”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취업자 15만명 증가를 목표로 "일자리 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수는 9만7000명으로 2017년에 비해 21만9000명 적다. 2010년 이후 매년 취업자 증가수가 20만~40만명씩 늘어나다 지난해 10만명 수준에 머물자 각종 언론, 단체, 연구기관 등에서 고용참사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수로 고용 수준을 판단하거나 고용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최근 10년간 인구수 변동에 따른 고용동향을 연간 시계열로 분석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고용률은 60.7%로 전년에 비해 0.1%p 낮은 역대 2위다. 하지만 15~64세 OECD기준 고용률은 66.6%로 지난해와 동일한 역대 1위다. 15~29세 청년 고용률도 42.7%로 역대 1위다.



실업률은 3.8%로 전년보다 0.1%p 증가, 15~64세 실업률도 3.9%로 전년보다 0.1%p 증가했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2016~2017년 9.8%에서 9.5%로 0.3%p 낮아졌다. 이처럼 지난해 고용 동향은 역대 고용률 1위였던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용률과 실업률 동반 상승 현상은 2014년 이후 계속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도 고용참사라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취업자 증가수로 고용수준을 설명하던 예전의 습관에서 비롯됐다. 또한 인구수 증가와 인구 증가율 감소를 혼동해서 사용했다. 노동인구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취업자 증가수·실업자수나 일부 나빠진 수치만 가지고 고용참사로 분석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국내 인구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 지난해 노동 인구 증가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15세이상 인구 증가수는 25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4000명 적고, 경제활동인구 증가수는 14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 적다. 심지어 15~64세 인구수는 역대 처음으로 6만4000명이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취업자 증가수가 20만~40만씩 늘어나기 어렵고 심지어 취업자수가 줄어도 고용률이 올라갈 수 있다. 올해 목표로 세운 신규취업자수가 15만명 늘어나려면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수보다 더 많은 인원이 취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껏 취업자 증가수가 바로 신규 일자리 창출로 여겨졌고 취업자가 증가하면 고용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고용수준과 일치하고 쉽게 설명할 때나 가능한 얘기며, 실상은 취업자 증가수가 고용 수준과 다른 결과를 보인 적이 많았다.

최근 10년간 취업자 증가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해는 2015년이다. 당시 취업자 증가수는 28만1000명으로 2014년에 비해 31만7000명이나 적었다. 하지만 고용률은 2014년과 동일한 60.5%이며 15~64세 OECD기준 고용률은 65.9%로 오히려 0.3%p 높다. 다만 실업률은 0.1%p 오른 3.6%였다.

또한 아직까지 노동인구 자체는 증가하고 있어 동일한 고용수준이라면 취업자수와 실업자수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2010년과 2017년 실업률이 3.7%로 같은데도 실업자수는 92만4000명에서 102만3000명으로 9만9000명 증가했다.

이처럼 고용수준은 취업자수, 실업자수, 증가수라는 부분 수치로 봐서는 안 되며 노동 인구수 대비로 연간 시계열을 비교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 연구단체, 언론 모두 고용수준을 보는 대표지수인 고용률과 실업률은 무시하고 오로지 취업자 증가수만 따지는 실정이다.

인구 증가율이 줄어드는데 취업자 증가수로 고용 수준을 파악하거나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설령 올해 신규취업자가 정부 목표대로 15만명 늘어난다 해도 여전히 2009년 이후 최소 취업자수 증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 고용참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신규취업자가 15만명 늘어나도 만약 고용률·실업률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또 고용참사라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그래서 홍 부총리는 '신규취업자 15만명 증가' 대신 '고용률 61.0%', '실업률 3.5%'와 같은 고용목표를 제시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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