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눈으로 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1.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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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붙은 입자들 직접 보니 정신이 번쩍…폐·뇌에 쌓여 배출도 안되는 '재난', 절박한 대처 필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매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마스크 정전기 필터 올(긴줄기들)에 달라 붙어 있는 미세먼지들. 동그란 것들이 다 미세먼지다. 만약 저게 내 폐라고 생각하면./사진=남형도 기자마스크 정전기 필터 올(긴줄기들)에 달라 붙어 있는 미세먼지들. 동그란 것들이 다 미세먼지다. 만약 저게 내 폐라고 생각하면./사진=남형도 기자


'미세먼지'를 눈으로 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새 마스크를 뜯었다. 11일 새벽 6시50분, 출근할 무렵이었다. 습관처럼 미세먼지 수치를 봤다. 52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좌·우·높이 1m 크기 정사각형 박스에, 이 정도 미세먼지가 있다는 뜻), '나쁨' 수준이었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 어차피 많이 마셨어" 하며 마스크를 두고 갔을 터.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빳빳한 마스크를 펴서, 끈을 양쪽 귀에 걸었다. 면적이 살짝 모자랐다. 코쪽도 단단히 눌렀다. 바깥에 나와 입김을 내뱉자, 안경에 뿌옇게 김이 서렸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졌다. 공격하는 쪽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µm)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방어하는 쪽은 이를 잡으려는 마스크.




마스크를 새삼 챙기게 된 계기가 있었다. 미세먼지를 눈으로 직접 보고 말았다.

그동안 지독하게 실체가 궁금했었다. 눈에도 안 보이고, 감촉도 안 느껴져서. 기상 예보선 연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떠드는데, 어쩌겠냐 싶어 그냥 그러려니 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듯 했다. 마스크를 안 쓰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위안이 좀 됐다. 그럼에도 분명히 있단 생각에 찜찜했다. 출근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너머 보이는 시커먼 하늘, 퇴근길 목에 뭔가 걸린듯한 이물감이 유일한 근거였다. 대체 어떻게 생긴 것들이길래, 내 두 콧구멍을 허락도 없이 들어와 긴 코털 장벽도 뚫고 폐까지 침투해 쌓인다는 것일지. 그걸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무색무취의 적(敵)을 볼 수 있는 건, 현미경 뿐이었다. 전문가 도움이 필요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협조를 구했다. 흔쾌히 수락해줬다. 미세먼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9일부터 10일까지 시 보건환경연구원 도움을 얻어 취재를 했다.



1000배 확대하니, 그제서야 보였다
미세먼지 마스크 속 1차 정전기 필터서 한 번 걸러진 미세먼지들이 2차 정전기 필터에 달라 붙어 있다. 입자들이 더 작다./사진=남형도 기자미세먼지 마스크 속 1차 정전기 필터서 한 번 걸러진 미세먼지들이 2차 정전기 필터에 달라 붙어 있다. 입자들이 더 작다./사진=남형도 기자

미세먼지를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스크가 잡아낸 미세먼지를, 주사전자현미경(빔을 쏘면 빛이 나와 표면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는 거였다. KF80 마스크(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 미세먼지를 80% 걸러줌)를, 공기를 빨아들이는 펌프에 연결해, 24시간 바깥에 놔둔 뒤 잡아냈다고 했다. 당시 바깥 날씨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36~75)' 단계였단다. 실험을 진행한 정숙녀 환경연구사는 "사람이 호흡하는 것과 유사하게, 1분에 공기 16.7리터를 빨아들이도록 해 미세먼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총 4겹(바깥쪽은 면 소재, 두번째와 세번째는 정전기 필터, 안쪽은 면 소재)으로 돼 있는데, 첫번째 겹부터 관찰했다. 면 소재로 돼 있는, 파란색 마스크 겉면이었다. 현미경을 통해 1000배로 확대된 모습을 보니, 입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가로 15.9마이크로미터(㎛), 18.3마이크로미터(㎛) 등 비교적 큰 입자들이었다. 초미세먼지(2.5㎛)보단 한참 큰 입자들만 잡아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면 소재 마스크로는 초미세먼지를 잡아낼 수 없단 뜻이기도 했다.

그 다음, 두번째 겹인 1차 정전기 필터부터는 미세먼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0배로 확대하니, 얼기설기 얽힌 정전기 필터 섬유들이 보였다. 여기에 동글동글한 미세먼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정 연구사는 "미세먼지들이 필터에 걸리기도 하고, 그보다 작은 것들도 정전기 원리에 의해 부착이 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크기를 잰 걸 보니, 2.47마이크로미터(㎛), 2.25마이크로미터(㎛), 그보다 작은 건 1.56마이크로미터(㎛) 등이었다. 초미세먼지라 불리는 것들이다. 필터 한 줄기에 붙은 미세먼지만 봐도 수십에서 수백여개는 됐다. 머리가 쭈뼛 섰다.

미세먼지 마스크 겉면(면소재)에 붙어 있는 먼지 입자들. 크기가 6.71~18.3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다소 큰 입자들이다. 그보다 작은 입자들은 이를 다 통과한다./사진=남형도 기자미세먼지 마스크 겉면(면소재)에 붙어 있는 먼지 입자들. 크기가 6.71~18.3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다소 큰 입자들이다. 그보다 작은 입자들은 이를 다 통과한다./사진=남형도 기자
세번째 겹인, 2차 정전기 필터에선 1차 정전기 필터서 통과한 것들을 또 잡았다. 여기엔 1차보다 더 작은 미세먼지들이 필터에 붙어 있었다. 크기가 주로 841나노미터(nm), 1.09마이크로미터(㎛), 1.26마이크로미터(㎛) 등이었다. 필터 다발 표면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동글동글한 미세먼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흡사 식물에 달라 붙은 진딧물처럼 보였다.

마지막 안쪽 겹은, 입과 닿는 면 소재인데, 여긴 현미경으로 봐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연구사들은 처음에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완벽히 거르는구나"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게 아녔다. 면 소재라 미세먼지를 못 잡는 거였다. "그럼 나머지는 사람이 다 마시는 거라 보면 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KF80 마스크를 예로 들면, 80%는 걸러주고 20%는 들이마시는 셈이다.

여기가 폐 속이고, 미세먼지가 저렇게 쌓여있다 생각하니 무서웠다. 정 연구사는 "작은 입자들은 몸 속에 들어가면 바깥으로 배출이 안된다"며 "초미세먼지가 그래서 나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화학적 성분까지 많은 초미세먼지라면 위험성이 더 큰 것이다.



4만2000배 확대해보니, 입자마다 다른 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본 경유차 매연 입자. 동그랗게 생겼다./사진=남형도 기자투과전자현미경으로 본 경유차 매연 입자. 동그랗게 생겼다./사진=남형도 기자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4만2000배까지도 확대해 볼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실로 갔다. 빔을 쏘면, 미세먼지 입자가 있는 곳만 어둡게 표시돼 형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 연구사는 "(앞에서 본) 주사 현미경은 사실적인 반면, 투과현미경은 높은 배율서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입자가 어떻게 조성돼 있는 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유차 매연 입자를 살펴보니, 솜털처럼 뭉쳐져 있는 동그란 모양이었다. 크기가 25나노미터(nm)에 불과한 것도 선명하고 크게 보였다. 화력발전소에서 주로 나온다는, 비산재도 모양이 둥근 구형이었다. 정 연구사가 "비산재는 예쁘게 생겼다"고 했다(음). 설명도 들었다. 화력발전소와 배기가스 모두 고온을 거쳐 나오는 거라 둥근 형태를 띤단다. 처음엔 입자들이 낱개로 다니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뭉친다고 했다.

미세먼지 원인이 된다는, 도로변 흙먼지 입자도 보여줬다. 모양이 고구마처럼 길기도 하고, 다양했다. 정 연구사는 "주로 흙으로 된 먼지이고, 불규칙하고 특정한 형태가 없다"고 했다. 성분은 흙과 알루미늄, 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입자 형태를 알면, 외부 공기를 포집했을 때 형태를 보고 발생원을 추측할 수 있다. 정 연구사는 "이건 매연에서 왔고, 저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왔을 수 있겠구나, 도로 먼지구나, 이렇게 발생한 곳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입자가 섞인 미세먼지를 역으로 추적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주원인을 찾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미세먼지 탐정' 같은 일이다.



일상 속 '미세먼지'도 찍어봤다
마스크를 쓰고 차디찬 도시숲을 거닐고 있는 기자. 폼잡고 있지만 사실 미세먼지를 몸소 수집하는 중이다./사진=김건휘 인턴기자마스크를 쓰고 차디찬 도시숲을 거닐고 있는 기자. 폼잡고 있지만 사실 미세먼지를 몸소 수집하는 중이다./사진=김건휘 인턴기자
실험 환경이 아닌, 일상 속에서 쓰고 다녔을 때도 미세먼지가 관측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지난 7일 총 1시간30분 동안 바깥에서 미세먼지를 쓰고 다녔다. 오전 7시부터 8시까지엔 서울 양천구에 머물렀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50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 초미세먼지가 33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이었다. 같은날 오후 12시부터 12시30분까지는 중구 일대에 있었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64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 초미세먼지 농도가 43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이었다. 마스크는 KF94(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 미세먼지를 94% 걸러줌)를 썼다.

이를 현미경 전문가 최모씨(익명 요구)에게 보내 관측해달라고 했다. 최씨는 "위상차 현미경(내부 구조를 뚜렷히 볼 수 있는 특수 현미경)으로 최대 1400배까지 관측했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은 마스크도 함께 보내, 같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에서 쓴 마스크 정전기 필터에도 미세먼지가 붙어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일상에서 쓴 마스크 정전기 필터에도 미세먼지가 붙어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실험할 때보단 바깥 노출 시간이 적고(1시간30분 불과), 마스크와 안면부의 흡착 정도가 약해 미세먼지가 적었다. 하지만 분명히 관찰할 수 있었다. 마스크 중앙부 4겹 중 가운데 위치한 정전기 필터를 1400배로 확대하니, 올 한 개에 붙어 있는 까만 미세먼지들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사용하지 않은 마스크에선 미세먼지가 발견되지 않았다.



관악산(해발 630m) 관측소에서 본 미세먼지


10일 오후 관악산 미세먼지관측소(해발 630m)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상층부는 파랗지만 하층부는 미세먼지가 정체돼 있어 뿌옇다./사진=남형도 기자10일 오후 관악산 미세먼지관측소(해발 630m)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상층부는 파랗지만 하층부는 미세먼지가 정체돼 있어 뿌옇다./사진=남형도 기자
전체적인 미세먼지 흐름도 눈으로 보고자 했다. 10일 오후 2시쯤, 미세먼지측정소 중에선 국내에서 가장 높은, 관악산 정상(해발 630m)으로 향했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이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볼 것을 추천했다고 했다(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이곳은 입체측정소로, 미세먼지가 수직이나 수평으로 이동하는 걸 추적하기 위해 개설됐다. 특히 국외 요인(중국 등)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이쪽 농도부터 높아진단다. 높은 고도부터 미세먼지가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단계였다. 관악산 초입에 들어섰던 오후 2시쯤엔 도로변 측정소 기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38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였고, 미세먼지(PM10) 농도가 63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였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암에 도달할 무렵인 오후 3시30분쯤엔 초미세먼지가 41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 미세먼지가 64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까지 치솟아 있었다. 여기서 20분간 더 등반해 미세먼지 관측소가 있는 연주대까지 갔다. 15년 만의 등산이라 땀이 비오듯 났다.

해발 630m 관측소에서 바라보니, 하늘 색깔이 확연히 구분됐다. 위쪽은 파란 하늘색, 가운데 이하 부터는 뿌옇고 짙은 회색빛이 감돌았다. 지상에서 봤을 땐 모두 뿌옇게 보였던 하늘이었다. 이곳 미세먼지 농도는 19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로, 도로변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서광석 환경연구사는 "대기가 도심에 정체돼 갇혀 있고, 위쪽까지 확산이 안되서 그렇다"고 해석해줬다.

이어 "이 순간은 외부 유입(중국 등)이 많지 않은 상태지만, 외부서 미리 넘어왔던 것들이 정체돼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노승근 주무관은 "현재 대기 흐름을 봤을 때 외부에서 온 걸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에어코리아상 미세먼지 확산 시뮬레이션(모델링)을 보여줬다. 11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한반도 지도상에서 빨간색 미세먼지 분포가 확산되는 게 보였다. 노 주무관은 "정확한 것은 바람 방향과 속도, 역궤적, 다른 곳의 측정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백령도 미세먼지측정소 농도를 보면 된단다. 서 연구사는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올 때 백령도 쪽이 높아지면, 네다섯시간 뒤 서울 농도가 높아진다"고 했다(잡았다 요놈).

미세먼지, 웃으며 예보하는데…
사람들은 마스크에 둔감했다. 광화문 시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사진=남형도 기자사람들은 마스크에 둔감했다. 광화문 시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사진=남형도 기자
미세먼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익숙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새삼 낯설어졌다.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주변 풍경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긴급한 상황인지. 그리고 기자도 그 속에 있었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실제 있었다. 그냥 모른 척하거나 무감각했던 것 뿐이다.

'위험성'은 분명하다. 말이 먼지지, 먼지가 아니다. 호흡기로 들어가면, 지름이 10㎛도 안되는 작은 물질이 폐, 심혈관, 뇌로 침투하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농도가 10μg/m³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발병하는 게 아니더라도, 서서히 몸에 해악을 끼친다. '침묵의 암살자'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녔다.

TV를 켜면, 기상캐스터가 생글생글 웃으며 "미세먼지 농도가 주말까지 높겠다"고 예보를 한다(물론 그럴 수밖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거란 예보 기사엔 늘 그랬듯 "너네가 다 마셔라"하며 중국을 탓하는 댓글이 달린다. 정작 중국은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라며 발뺌을 하고, 정부는 시원스레 목소릴 못 낸다. 정부 대책은 뾰족하지 않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차량2부제 등을 언급한다. 자국민만 채찍질하니, "중국한테 항의나 제대로 하라"며 반발이 심하다.

그러는 동안 국민들은 매일 미세먼지를 마시고 있다. 마스크도 답답하다며 안 쓰는 이들이 많다. 1월7일부터 11일까지(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만) 서울 시내 곳곳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비율을 살펴봤다. 시민 300명 중 황사마스크(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를 제대로 쓴 이가 89명(29%) 밖에 안됐다. "화장 번져서", "안경에 김 서려서", "귀찮아서", "미세먼지가 있는지 몰라서" 등 다양한 이유가 돌아왔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데, 어느새 만성(慢性)이 됐다.


에필로그(epilogue). 미세먼지 예보를 현실에 맞게 한 번 써봤다.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오늘(12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전국이 나쁩니다. 36~75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m3) 사이입니다. 1마이크로미터(µm)가 와닿지 않으실 겁니다. 1미터(m)는 잘 아시죠, 그거 100만분의 1크기입니다. 머리카락 지름 30분의 1 크기에요. 눈에 당연히 안 보여요. 코털 길러도 못 막아요.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에요. 엄청나게 있는 것들입니다. 웬만하면 나오지 마세요.

무조건 마스크 쓰세요. 면 마스크 쓰지 마세요. 그거로 못 막습니다. 검은색 가죽 마스크 이런 것 쓰지 마세요. 멋내는 거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마크' 들어간 걸로 사세요. 얼굴 크기에 맞는 것 사시고, 코 부분 헐렁헐렁 쓰지 마세요. 거기로 다 들어옵니다. 고정심은 코에 맞게 밀착해서 딱 붙이세요. 일회용 마스크 아깝다고 며칠씩 쓰지 마세요. 필터로 막는 거라서 기능 떨어져요. 또 쓴다고 빨지 마세요. 정전기 필터라 기능 떨어져요. 아이들 마스크, 돈 아깝다고 성인용 씌우지 마세요. 아이용으로 제대로 사주세요. 크기 안 맞으면 효과 떨어져요. 미세먼지에 더 약합니다.

그거 못 막으면, 뭐가 들어오냐면요. 미세먼지가 코로 들어옵니다(기사 맨 위 사진 참조). 코만 들어오면 괜찮은데요. 심장, 폐, 뇌, 호흡기로 다 갑니다. 심장질환, 뇌질환, 폐질환에 치명적입니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가 2015년 기준 1만1924명이랍니다. 농담 아닙니다. 환경부 통계에요. 말이 미세먼지지, 발암먼지에요. 먼지란 말에 속지 마세요. 엄청 무서운 겁니다.

이거 국가적 재난 맞는데, 어떻게 뭐라도 좀 안될까요? 당장 해결 못한다고 넋놓고 있어도 되나요? 외교적 노력도 요원하고 고강도 정책도 마땅찮으면 하다못해 '홍보'라도 적극적으로 하면 안될까요? 메르스 사태 때처럼 전국민이 긴장이라도 하게요. 예컨대, 미세먼지 '나쁨' 단계로 갈 때마다, 긴급재난문자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마스크라도 제발 쓰라고요.

근데, 미세먼지 마스크도 비싸다고요. 그러게요. 맞습니다. 씁쓸합니다. 국민들 정말 이렇게 무방비로 두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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