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프로그램의 위상은 과거 같지 않다. 엔딩무대는 더욱 그렇다. 네이버 TV 캐스트와 유튜브로 원하는 가수의 무대만 볼 수 있는 시대에 엔딩 무대는 많은 순서 중 하나일 뿐이다.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의 무대가 화제가 된 것은 엔딩이어서가 아니라 ‘IDOL’에 담긴 국악적인 요소를 더욱 확장한 퍼포먼스가 놀라움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골든디스크’는 방탄소년단의 ‘IDOL’ 무대를 위해 그들이 타고 들어올 대형 조각상을 제작했다. 여기에 한국, 일본, 홍콩에서 3일동안 콘서트처럼 진행하는 Mnet의‘MAMA’까지 더해지면, 지상파 3사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은 비지상파 시상식들의 애프터 파티일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요대제전’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다. 방탄소년단은 SBS ‘가요대전’과 KBS ‘가요대축제’에서도 엔딩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요대전’에서는 콘서트같은 구성을 보여줬고, ‘가요대축제’에서는 멤버들의 솔로 무대를 각각 보여줬다. 연말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면 TV에서는 볼 수 없는 퍼포먼스고, 많은 기획사들이 시상식을 비롯한 연말 특집 프로그램 출연을 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요대제전’에서는 방탄소년단조차 새로운 무대를 보여줄 수 없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 돼 있고, 다른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보다 작은 무대에 뒤 편에 LED 스크린 하나 띄운 연출은 평소의 MBC ‘음악 중심’과 다를바 없다. 다른 모든 의심들을 떠나서, ‘가요대제전’에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상파의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일 MBC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에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제이홉이 출연했다.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MBC는 ‘가요대제전’에서 방탄소년단을 1,2부에 나눠 출연시키고, 엔딩도 주지 않고, 따로 퍼포먼스를 보여줄 시간도 주지 않았지만 ‘언더나인틴’에는 섭외할 수 있다. MBC 예능국은 이것을 지상파의 힘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에 방탄소년단은 지상파가 아닌 유튜브를 거점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또한 ‘언더나인틴’은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과 비교하면 진행 방식은 매우 비슷한 반면, 규모는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소소하다. 반응 역시 ‘프로듀스 101’과 그만큼 차이가 난다. 더 이상 음악 산업의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 스타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그저 섭외만 해서 시청자들을 붙잡아 두고, 연말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마치 출석도장 찍듯 많은 가수들을 무대에 세우고 내릴 뿐이다. 그 결과 MBC에서는 모든 가수들이 똑같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무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그래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것이 MBC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대 순서와 시간 배분만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이다. 정말,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