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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세]"피자는 뭐니 뭐니해도 나폴리피자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9.01.11 06:01

[김경환의 맛으로 보는 세상]2회 나폴리피자 '디마떼오'

편집자주 | 맛있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정보를 나누는 것을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합니다. 저의 미식 경험은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맛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과하게 달거나 맵지 않은 균형 잡힌 음식은 삶의 원동력이자 즐거움입니다. 추억과 정이 깃든 다양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맛으로 보는 세상'(맛보세)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인근 피제리아 모모에서 맛본 피자. 피자 이름은 사계절 피자다. 이름 그대로 사계절에 맞는 재료들을 넣은 피자다. 사진=김경환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인근 피제리아 모모에서 맛본 피자. 피자 이름은 사계절 피자다. 이름 그대로 사계절에 맞는 재료들을 넣은 피자다. 사진=김경환
"피자는 뭐니 뭐니 해도 나폴리식 피자지!"

2000~2001년 프랑스 뚤루즈(Toulouse)에 잠깐 머무를 당시 친한 이탈리아 국적 친구였던 루카 콜롬보가 나에게 세뇌 시키듯 반복한 말이다. 음식을 좋아했던 우리는 음식 얘기를 비롯해 세상 사는 얘기를 다양하게 나눴다. 그는 매우 친절했고 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고,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피자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항상 나에게 이탈리아 피자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나폴리피자를 인생 음식이라고 칭했다.

"피자는 도우가 쫄깃쫄깃해야 해. 그리고 나무를 넣은 화덕에서 약간 탄듯한 향이 나게 구워야 제대로 구워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얇은 로마식 피자보다는 나폴리식 피자가 진짜 이탈리아의 피자라며 "나폴리 피자가 아닌 것은 피자가 아니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의 말에 홀려 나폴리식 피자를 파는 피제리아( Pizzeria)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가 나폴리에서 온 것이 아닐까 궁금했지만 루카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가 아닌 북부의 세련된 패션 도시인 밀라노 출신이었다. 밀라노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러 프랑스로 유학을 왔으며, 지금은 호주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당시 루카로부터 피자에 대한 철학과 다양한 파스타 조리법을 전수(?) 받았다. 루카의 말에 따르면 파스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요리였다. "파스타는 재료를 바꾸거나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파스타가 탄생하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만들면 무엇이든 파스타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배운 파스타 종류만 30가지(?)가 넘을 정도다. 물론 매우 간단한 요리법에 기초한다.

피자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다. 루카를 비롯한 학교 친구들과 뚤루즈 시내에 있는 유명한 '피제리아'를 방문했다. 일행이 8명이었는데 피자 몇 판 시키고 나머지 다른 요리를 시켜 나눠 먹을 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8명 모두가 남녀 할 것 없이 커다란 피자를 한 판씩을 주문하는 게 아닌가. 2시간에 걸친 유쾌한 대화 속에 전원이 포크와 나이프로 피자 한판씩을 해치운 경험은 당시로선 생소했다. 피자 8판의 추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험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나폴리식 피자의 원조격은 대학로에 있는 '디마떼오'다. 유명한 개그맨이자 배우인 이원승씨가 1990년대 후반 개업해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나폴리 피자 가게를 방문해 피자를 만드는 경험을 한 것이 계기가 돼 대학로에 나폴리식 피자집을 개업한 게 시초다. 당시 그가 땀을 흘리며 피자를 굽는 것을 TV를 통해 보며, 이미 나폴리 피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궁금했던 차라 개업 소식을 듣자마자 디마떼오를 방문했다. 1990년대 말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이원승씨가 직접 친절하게 설명하며 응대했고, 나폴리에서 직접 날아온 피자이올로(피자장인)들이 피자를 직접 굽는 장면은 당시로선 생소했다.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삼색 마르게리타 피자와 루꼴라가 듬뿍 들어가는 피자를 맛봤다. 디마떼오에서 접한 나폴리 피자는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자 미식 경험이었다. 당시 대부분 피자는 팬에서 구운 기름기 있는 팬 피자가 대부분이었다. 나폴리 피자처럼 화덕에서 담백하게 구운 피자는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담쟁이 넝쿨이 울창한 고풍스런 건물은 또 하나의 멋으로 다가왔다.

화덕에서 구워져 나폴리 피자만이 내는 향이 도우에 배여 맛을 배가시켰다. 이후 나폴리 피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생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예전만큼 강력한 임팩트는 없지만 최근에도 종종 시간이 날 때마다 디마떼오를 찾는다.

최근 반갑게도 나폴리 피자를 하는 곳이 많아졌다. 나로선 매우 좋은 일이다. 서래마을의 볼라레, 도산공원 앞의 더키친살바토레쿠오모, 이태원의 베라피자나폴리 등이 나폴리 피자로 인정을 받는 손꼽히는 맛집들이다. 앞으로 다른 나폴리 피자 맛집들을 소개할 기회가 있겠다. 하지만 추억의 맛집은 단연 디마떼오다.

정통 나폴리 피자가 되려면 나폴리피자협회의 인증도 받아야 한다. 반죽은 밀가루, 소금, 물, 천연 효모로만 해야 하며, 피자 도우은 반드시 손으로만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장작 가마에서 400도 이상의 온도에서 빠르게 구워내야 한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인증을 받은 집들이 늘고 있다.

나폴리 피자를 즐길 계기를 마련해 준 루카에게 감사한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갔을 때에도 굳이 피자집을 찾아 첫 끼를 피자로 때웠을 정도다. 루카가 알려준 나폴리 피자는 항상 먹어도 질리지 않은 밥과도 같다.

녹색, 빨간색, 흰색이 들어간 마르게리따 피자.녹색, 빨간색, 흰색이 들어간 마르게리따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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