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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버티기 힘드네요…" 연탄 공장의 한숨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9.01.09 18:15

[2019 연탄은 지금]③연탄 사업자들 "가난한 사람들 위해 가격인상 속도는 조절해야"

편집자주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2019년의 세상 사람들에게 연탄은 말한다. 다 식어가는 나의 온기라도 절실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고.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달동네, 쪽방촌 그 냉골을 버티게 하는 2019년 연탄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제 서울에 연탄공장은 딱 2개 남았는데 2~3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울에서 2개 남은 연탄공장 가운데 하나인 고명산업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신희철 전무(65)는 한숨을 내쉬었다. 1970~1980년대만해도 1월이면 연탄을 싣기 위해 공장 앞에 연탄 도매상의 트럭이 줄을 섰지만 이제는 한겨울 한파에도 공장은 한산하다. 연탄을 찍어내는 기계인 '쌍탄기' 10대 가운데 절반은 가동을 멈췄다.

공장 매출이 줄면서 100명이 넘었던 직원들은 이제 30여명으로 줄었다. 30~40대 직원들은 모두 나가고 50~70대 직원들만 남았다. 젊은 사람들이 간혹 일자리를 구하려고 연탄공장을 찾았지만 일이 힘들어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신 전무는 "최근 5년간 판매량 추이를 보면 매년 전년대비 15~20%씩 줄고 있다"며 "지난해 1800만장을 팔았는데 올해는 1500만장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 전국에 279개였던 연탄공장은 지난해 44개로 줄었다. 그나마 공장 3개는 등록만 돼 있고 가동은 멈춘 상태다. 연탄생산도 2006년 232만 7441톤에서 2017년 107만 9248톤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생산량은 10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단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석탄공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수요를 집계하고 있는데 100만톤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탄 수요는 앞으로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탄공장이 줄면서 공장에서 연탄을 떼다 판 중개업자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특히 도매상들에게 연탄을 받아 시민들에게 판매했던 소매상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매상들이 사라지면서 최근에는 도매상들이 직접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배달해주고 있다.

40년 동안 연탄도매업을 해온 변근호씨(64)는 "정부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석탄연료 대신 석유연료 사용을 권장하면서 연탄사용도 줄기 시작했다"며 "1990년대 접어들면서 연탄 소매상들이 사업을 접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변씨는 "이제는 공장에서 연탄을 받아서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달동네나 요구하는 곳에 배달을 나간다"며 "2020년까지 연탄가격이 더 상승할 텐데 그렇게 되면 연탄이 2~3년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탄 사업자들은 환경 문제와 대체 에너지 연료 등장으로 연탄 사용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연탄 가격 상승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연탄가격(공장도 가격)을 2016년 14.6%, 2017년 19.6%, 지난해 19.6% 등 최근 3년 연속 인상했다. 서울 평지 기준 소비자 가격은 2016년 1장에 600원에서 최근 800원까지 치솟았다. 언덕이나 달동네는 배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1000원을 넘는 곳도 있다. 여기에 2020년 연탄공장에 지급됐던 연탄 제조 보조금이 폐지되면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연탄공장 사업자 이모씨(65)는 "공장이 많이 줄면서 배송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지난해 9월 부산의 유일한 연탄공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경북 영주 연탄공장에서 연탄을 가져와야 하는데 부산에 있는 달동네는 연탄 한장 당 가격이 1000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 연탄이 필요한 취약계층 사람들은 정말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로 연탄 말고 다른 연료를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연탄 가격을 정부에서 계속 올리고 있는데 결국 소외 취약계층은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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