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사고' 이찬호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영상)

머니투데이 강선미 기자, 이상봉 기자 2019.01.1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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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뷰]포토에세이집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 펴내는 이찬호씨

편집자주 #호국영웅 #불꽃주먹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K9 자주포 폭발 피해자 이찬호씨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화상 흔적이 있는 손. 그 밑에 깔린 종이엔 이런 말이 써있다. '자나깨나 불조심'



손가락 중지에 한줄기 빛이 비친다. 그리고 한 글귀가 적혀 있다. '에너지파'

'화상'이라는 아픈 상처를 유머로 승화시킨 '강철 멘탈'의 주인공은 누굴까. 인스타그램에서 ID 'fire_charisma'를 쓰는 이 남자의 정체는 2017년 8월 18일 강원 철원군 육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의 피해자 이찬호씨(25)이다.



이 사고로 이찬호씨는 전신의 55%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K9 자주포에 함께 있었던 전우 중 3명은 숨지고, 이씨를 포함한 4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2017년 8월18일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오른쪽)과 후의 모습. /사진 제공=이찬호씨2017년 8월18일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오른쪽)과 후의 모습. /사진 제공=이찬호씨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약 1년5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의 얘기가 뉴스에 등장했고 3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그의 사연에 서명했으며, 보훈처는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이찬호씨는 이 시간 동안 짧게 적어왔던 메모들을 엮어 포토에세이집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를 펴낸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 출간을 위한 비용을 모금했고, 목표 금액의 226%(1133만3777원)가 모였다. 지난 9일 머니투데이 편집국에서 이찬호씨를 만나 사고 이후의 얘기,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화상흉터가 남아있는 손 사진에 '에너지파'라고 적어놨다. /사진=이찬호씨 인스타그램 캡처화상흉터가 남아있는 손 사진에 '에너지파'라고 적어놨다. /사진=이찬호씨 인스타그램 캡처
"정말 지금도 괜찮아요?" 기자가 물었다. 책 제목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처럼 사고 이후 1년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그런 마음이 생기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책 제목은 제가 직접 지었어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죠. 1+1=2 수학공식처럼 딱 한 가지 뜻으로 정하진 않았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괜찮을 리가 없는데…' 되물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요즘 건강도 찾고, 사회에도 나오고 조금 괜찮아졌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일단 전 큰일을 겪었지만 '괜찮다'고 말을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고, 또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시길 바라면서요."

"화상 흉터를 유쾌하게 드러낼 생각을 어떻게 했어요?" 기자가 물었다.

"계속 안 좋은 뉴스로만 찾아뵀잖아요. '나 힘들어요' '나 너무 아파요' 이런 어두운 면만 부각되니 욕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악플을 달거나.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굳이 해석하면 이렇지만 사실 내 얘기를 올리고 소통하는 곳이 SNS(소셜미디어) 채널이잖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했어요. 이를 통해 힐링을 얻기도 했고요. 반대로 누군가 저를 보고 희망을 얻기도 했죠."

이찬호씨가 펴낸 포토에세이집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의 표지. /사진 제공=이찬호씨이찬호씨가 펴낸 포토에세이집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의 표지. /사진 제공=이찬호씨
이찬호씨는 SNS 채널을 통해 한 학생과의 소중한 인연도 얻었다.

"한 고등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하더라고요. 큰 사고를 겪고도 밝은 모습으로 사는 저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어요.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죠. 그때 제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 희망으로 비추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받은 만큼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 나이 또래에 아들은 둔 어머니들, 군대에 입대한 오빠나 동생이 있는 누나들 이런 분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너무 감사했죠. 이렇게 큰 응원과 도움을 받으니까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봉사활동 같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뜨거움을 따뜻함으로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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