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많은 사람이 이러한 경향과 관련하여 흔히 하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오해 중 하나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의 생활을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것만으로 쉽게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따금 입방아에 오르는 몇몇 사설 캠프나 소위 말하는 ‘치유’ 프로그램의 경우가 이러한 오해에 기반하지요.
또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가 극단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경우 개별인격의 발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에 이르면, 수면이 그들에게 있어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우리의 의식은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노출된 뒤 개별인격의 발현을 시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를 이용하여 기존의 인격과 방법론으로는 타파할 수 없는 시련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지요.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가 적정 수면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즉 피로를 해독하는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정신이 마모된다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그 부작용은 곧 육체적인 면을 통하여 외부로 표출됩니다. 항상성, 신경절의 반응속도, 면역 체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이에 영향받게 되는데, 단적으로 표현하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육체를 통제하는 능력을 빠르게 잃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들의 평균 수명은 오늘날에조차 70년을 채 넘지 못하며, 100년을 넘기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현실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이들의 중추신경계가 맞이할 가장 비극적인 결말,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으로 대표되는 신경계통 퇴행성 질환입니다. 책을 내려놓고 검색 엔진을 켜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 이름들은 병리학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학위를 위해 공부 중인 사람이 아니라면 낯설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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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이란 특정 기관이나 조직이 원래의 기능을 점차 잃게 되는 성질을 뜻합니다. 신경계통의 퇴행성 질환이란 다시 말해 두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을 뜻합니다. 더욱 쉽게 해설하자면 후천적 학습으로 획득한 기억을 차츰 잃는 병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재 이러한 질병은 원활한 인격 발현을 돕는 체계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소득수준이 낮고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의 경우 아직까지도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품은 무거운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들은 거주환경과 사회경제적 계급과 무관하게 신경계통 퇴행성 질환이라는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채 고통받으며, 그 유병률 또한 일반인 그룹과 비교하여 뚜렷하게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