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마을 주민 강길자(75)씨는 집안 한가운데 연탄 난로를 뒀다. 하루 6장~9장 연탄을 땐다./사진=이해진 기자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라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백사마을. 이곳에 연탄봉사가 있던 지난달 20일 주민 강길자씨(75·여)가 오랜만에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연탄 120장을 보며 말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백사마을은 전체 1031가구 가운데 418가구가 연탄 난방을 한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올해 겨울 강씨의 시름은 커졌다. 매년 장애를 가진 아들 앞으로 나오는 연탄쿠폰(바우처) 300장과 사회복지재단인 연탄은행이 제공하는 연탄으로 겨울을 났는데, 연탄 가격이 오르며 기부 연탄이 줄었기 때문이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김순길씨(82·여)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연탄 가격 인상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지난번 한파는 연탄은행이 200장씩 갖다 줘서 버텼다"며 "올해는 기부가 줄었다는데 한파가 닥치면 어떨지 벌써 끔찍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혼자 사는데 매달 나오는 기초수급액 20만원 외 별다른 소득이 없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김씨는 배달비까지 합쳐 한 장당 1000원을 줘야 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봉사자들이 연탄 나르기 봉사를 했다. 백사마을 1031가구 가운데 418가구가 연탄 난방을 한다./사진=이해진 기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연탄 가격 인상에 맞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외계층 등에 지원하는 연탄쿠폰 지원금액을 기존 31만3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9만3000원 확대했다. 이번 연탄쿠폰 지원 대상은 6만4000 가구다.
하지만 연탄은행 관계자는 "부양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혜택을 못 보는 에너지 빈곤층이 4만 가구가 넘는다"고 밝혔다. 연탄은행은 2년마다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벌인다.
지난달 31일부터 한달간 청와대 앞에서 연탄가격 인상 대책 촉구 시위에 나선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목사)는 정부의 연탄 가격 인상이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국제 합의를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이 당장 연탄값 때문에 이 한파에 냉골을 견뎌야 하는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