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9.01.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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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만 간다, 훅 가는 홋가이도①]당신도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기자가 2017년 11월 말 방문한 홋카이도 노보리베츠~토야호 방향의 어느 국도.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어쩔까 걱정했던 내 맘은 기우였다. 렌트카로 이동하다가 '주행 금지' 표지판이 꽂힌 도로가 많아 정말 '죽을 뻔' 했다.기자가 2017년 11월 말 방문한 홋카이도 노보리베츠~토야호 방향의 어느 국도. 눈이 내리지 않으면 어쩔까 걱정했던 내 맘은 기우였다. 렌트카로 이동하다가 '주행 금지' 표지판이 꽂힌 도로가 많아 정말 '죽을 뻔' 했다.


고백하건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숙소 냄새와 옴짝달싹 못하는 좁은 비행기 좌석을 싫어한다. 몹시 게으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귀찮지만 그 중에 계획 세우기가 으뜸이다. 그런 내가 홋카이도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신치토세 공항에 발을 디딘 2016년 2월, 내 머리 위까지 쌓인 눈을 처음 봤다. 나도 모르게 움켜쥔 홋카이도의 눈은 참 따뜻했다. 이후로 3년간 7번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한 곳만 가는 게 지루하지 않느냐는 지인들에게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홋카이도 여행 카페에 가보면 "XX번 다녀와도 좋다"는 간증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말 10번째 출입국심사 도장을 찍은 남편도, 그를 뒤따른 나도 '머글' 수준이다. 머글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력이 없는 비(非)마법사를 이르는 말로, '초보자'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홋카이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쯤 되는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넓은 지방자치단체이며 일본 면적의 22%에 해당한다. 면적은 남한의 80% 정도인데 세계 섬 중에서도 21번째로 크다. 위도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해 추운 지방이다. 지난해엔 8월에 첫눈이 내렸다.



삿포로에서 마신 삿포로 프리미엄 생맥주. 차가운 잔에 담긴 부드러운 크림 생맥주 맛이 일품이다.삿포로에서 마신 삿포로 프리미엄 생맥주. 차가운 잔에 담긴 부드러운 크림 생맥주 맛이 일품이다.
사실 홋카이도에 관심이 없더라도 조성모 노래와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러브레터'에 열광했던 80년생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여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가 죽은 약혼자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며 "오겡끼 데스까(おげんきですか)?"라고 외치며 울고 주저앉았던 눈밭도, 조성모의 노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에서 청순한 이영애와 눈썹 진한 배우 김석훈이 가슴 아린 사랑을 나눴던 곳도 홋카이도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홋카이도에 열광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다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격무에 지친 30대 직장인들에게는 꼭 한 번 권하고픈 여행지임엔 분명하다.

△관광보다 휴양을 좋아한다
△맥주 중 라거를 가장 좋아한다
△신선한 고기와 회를 즐긴다
△안전한 여행지를 선호한다
△숙소는 청결해야 한다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찜질방, 사우나, 목욕탕에서 땀 빼길 좋아한다
△국내 스키장의 슬러시같은 인공 눈이 싫다
△3시간 이상 비행이 힘들다
△여행 준비물을 잘 빠뜨린다
△쇼핑할 도시도, 산좋고 물좋은 시골도 좋다


항목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삐빅-' 당신도 홋카이도를 좋아할 잠재적 고객님 되시겠다.

지금 홋카이도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성수기다. 지난해 큰 지진으로 잠시 관광객이 줄어 올해 2월 설 연휴에 다녀올 수 있겠다 생각을 하며 표를 찾았더니 벌써 비행기는 만석이다. 그래도 좋다. 나는 또 빈틈을 찾아 짐을 쌀 것이다. 눈의 꽃이 활짝 핀 홋카이도를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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