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19세기 말에 간행된 '지킬 박사'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단일인격으로 만들어버린 뒤 미쳐버리는 전개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까지도 적잖이 일고 있습니다. 우생학의 광기가 인류를 지배한 20세기,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든 전체주의 정권이 내건 ‘인격 장애의 영구적인 해결’이라는 명분 하에 무고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목숨이 위협받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 역 배우들에게 미묘한 뉘앙스의 농담을 던져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대 문화산업의 중심지에서조차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미디어 속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하나같이 다분히 비이성적이며, 충동을 조절할 능력이 부족하여 온갖 엽기적인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그려집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근본적인 면에서 우리와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입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말하며 미디어에서의 묘사를 떠올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그저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또한 우리는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받아들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집단을 박해하는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종종 저질렀던 끔찍한 실수를 답습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의 일반적인 특성과 흔히 알려진 오해, 한발 더 나아가 그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반적인 사항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권위기관에 의해 충분히 검수 되었음을 알리며, 수익금의 절반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하여 기부됩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 지원 단체의 대표로서 그들을 대변하는 책을 한 권 더 제 서재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부디 이 책이 인격의 개수와 관계없이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걸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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