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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성 정체감 장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머니투데이 이신주 작가 2019.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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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 <1회>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동안 단일성 정체감 장애는 각계각층의 부정적인 시선에 고통받아왔습니다. ‘편견’을 뜻하는 'prejudice'는 고대 그리스어의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을 일컫던 멸칭(蔑稱)에서 갈라져 나온 것입니다. 그 밖에도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작품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으로 종종 묘사하곤 했습니다.

특히 19세기 말에 간행된 '지킬 박사'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단일인격으로 만들어버린 뒤 미쳐버리는 전개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까지도 적잖이 일고 있습니다. 우생학의 광기가 인류를 지배한 20세기,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든 전체주의 정권이 내건 ‘인격 장애의 영구적인 해결’이라는 명분 하에 무고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목숨이 위협받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의식의 영역을 탐사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으며, 정신의학계는 단일성 정체감 장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굳이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단일인격자’라는 표현이 일종의 멸칭으로 통용되어 이 글에서도 꼬박꼬박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되겠지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 역 배우들에게 미묘한 뉘앙스의 농담을 던져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대 문화산업의 중심지에서조차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미디어 속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하나같이 다분히 비이성적이며, 충동을 조절할 능력이 부족하여 온갖 엽기적인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그려집니다.

언론은 확인할 수 없거나 되지 못한 사항을 부풀려 그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이들로 묘사하는 데 여념이 없지요. 또한 대중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를 따돌리고 감추는 경직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근본적인 면에서 우리와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입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말하며 미디어에서의 묘사를 떠올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그저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또한 우리는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받아들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집단을 박해하는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종종 저질렀던 끔찍한 실수를 답습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의 일반적인 특성과 흔히 알려진 오해, 한발 더 나아가 그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반적인 사항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권위기관에 의해 충분히 검수 되었음을 알리며, 수익금의 절반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하여 기부됩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 지원 단체의 대표로서 그들을 대변하는 책을 한 권 더 제 서재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부디 이 책이 인격의 개수와 관계없이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걸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빌리 밀리건, 하얀 의자 재단 운영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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