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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한국은 어쩌다 사기범죄 1위 국가가 됐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2019.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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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①] 100명 중 1명은 사기당해…신종 사기 수법에 고소·고발 급증까지

편집자주 '사기범죄율 1위'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에는 각종 사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온다. 한국은 어쩌다 사기공화국이 됐을까? 각종 사기 사건들을 통해 진화하는 사기꾼들의 사기 수법과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이유 등을 분석해 사기 범죄와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피해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할머니의 이웃 정모씨가 이자로 돈을 불러주겠다며 4000만원을 빌려갔지만, 18년째 받지 못하고 있고 ‘본인도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며 할머니와의 만남조차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속앓이만 하던 이 할머니가 이같은 사실을 나눔의 집 측에 알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단연 절도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사기 범죄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8 범죄현황'에 따르면 한국도 2014년까지는 절도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 사기 발생 건수가 25만7620건을 기록하며 절도 발생 건수(24만6424건)를 앞질렀다. 이후 2017년 사기 발생 건수는 24만1642건으로 18만4355건 발생한 절도와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2018 사법연감’ 역시 결과는 같다. 2017년 형사공판사건 1심 접수 건수 26만2815건 중 ‘사기와 공갈의 죄’로 기소된 사건이 4만10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사기 범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3년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같은 인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에서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연구원의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상 국민 10만명 당 1152.4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100명 중 1명은 사기를 당한 셈이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은 “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고소·고발로 이뤄지는데 2010년 이후 사기 고소가 수월해진 면이 있고, 2012년 이후 중고 거래 등 전자상거래 관련 사기 사건이 급증했다”며 “인터넷 등을 통한 신종 사기 사건과 고소·고발이 늘어난 점이 사기 범죄율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 범죄현황'에 따르면 2011년 1만건이 채 안되던 전자상거래 관련 사기는 2012년 2만2000여건으로 늘더니 2014년에는 4만3000여건까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윤리 의식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세태 역시 사기 범죄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청소년 정직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들은 ‘범죄의 대가로 10억원을 받는다면 1년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37.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긍정적인 답변이 54.7%에 달했다. 서울의 한 경찰은 “1년만 감옥에 살면 10억이 생긴다고 하면 누구나 유혹을 받지 않겠느냐”며 “청소년들의 인식조차 이런 상황이니 사기 사건이 줄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도 사기범죄율이 높은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민사의 형사화’다. 민사 문제로 해결해야 할 사건들을 형사 문제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민사 문제에 국가가 과도하게 형벌권을 동원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국민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사기다.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다고 다 사기는 아니다. 사기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속여 돈이나 물건 등 재산상 이익을 얻어낼 때 해당된다. 방점은 ‘속여서’에 찍힌다. 단지 돈을 빌렸다 사정이 안돼 갚지 못한다고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애기다. 이 경우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받아내기가 어렵다보니 채권자가 채무자를 사기로 고소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적잖다.


김 단장은 “사기 사건이 고발 사건 중 1위인데, 실제 사기를 많이 치기도 하고 고소·고발이 많이 이뤄지는 면도 있어 반반 정도로 보인다”며 “일단 검찰에 고소를 하면 검사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 있으니 변호사가 형사 고소를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사 기관이 나서면 각종 증거들을 찾아내기쉽고, 이를 근거로 민사 소송을 걸 경우 재판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의 가장 큰 해악으로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과장은 저서 ‘속임수의 심리학’에서 “수사 현장에서 만나는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부유한 사람보다 돈이 궁한 사람들”이라며 “돈에 굶주린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또 “속임수가 무서운 것은 욕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욕심이 생기게끔 만들기 때문”이라며 “욕망에 사로잡혀있지 않더라도 예상치 못한 속임수에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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