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육안으로 본 구강 상태(왼쪽)와 파노라마영상에 찍힌 검사결과. /사진 제공=서울대치과병원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구강건강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충치경험영구치지수는 1.9개로 OECD 평균(1.2개)은 물론 전세계 평균(1.89개)보다 많다. 충치경험영구치지수는 12세 이상 국민이 갖고 있는 상실치(빠진 치아) 우식치(썩은 치아) 충전치(때운 치아)의 평균 개수를 말한다.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실제 2017년 국가건강검진 중 일반건강검진 대상자는 1782만명으로 이중 1399만명(78.5%)이 검진을 받아 수검률은 80%에 육박했다. 반면 구강검진 수검률은 31.8%(567만명)에 그친다.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10명 중 7명가량이 구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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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검진 수검률이 낮은 이유는 강제성이 없는 데다 검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장인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해당 사업주가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구강검진을 받지 않는다고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불이익은 없다.
특히 구강검진은 치과의사가 단순히 육안으로만 입안을 보면서 눈에 띄는 질환과 치료방법을 설명하거나 보험이 되는 스케일링을 권하는 수준이다. 영상진단이 없다 보니 A씨처럼 충치가 신경까지 내려가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치아 사이에 생긴 초기 충치는 육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치아 속에 있는 신경까지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치료하면 충치 부위만 제거하고 보험이 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신경까지 진행되면 신경치료와 비보험 보철치료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고 말했다.
충치보다 더 심각한 건 잇몸병인 치주질환이다. 2017년 치주염 국제워크숍 합의문의 분류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잇몸뼈가 치아뿌리의 상부 15%까지 흡수돼 없어진 경우다. 잇몸뼈가 없어진다는 건 치아뿌리가 드러나면서 흔들리거나 상실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2단계는 30%, 3단계는 66%, 가장 심한 4단계는 골 흡수가 66% 이상인 경우다. 또 1·2단계는 치주질환으로 상실치가 없는 경우, 3단계는 치주질환으로 인한 치아의 상실이 4개 이하인 경우, 4단계는 5개 이상인 경우다.
이 교수는 “잇몸뼈가 소실되는 치주염은 초기엔 잇몸에 가려져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초기 치주염을 방치하면 잇몸뼈가 계속 녹아내려 결국 멀쩡한 자연치아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치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구강검진에도 다른 건강검진처럼 파노라마영상 판독 등 조기진단 검사항목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구강검진 후 조기진단에 따른 치료 시 본인부담금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관리시스템으로 구강검진 수검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강검진 수검률이 높아지면 조기 치료로 치아 상실과 진료비 증가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구강검진 항목에 영상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연구용역을 의뢰, 지난해말 보고서를 받고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