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게임신화' 김정주, 그가 '넥슨' 파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지영 기자, 박효주 기자 2019.01.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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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업 흥미 잃고 송사 피로감·자녀 경영 불승계 책임감…업계 "예고된 수순"

김정주 NXC 대표.김정주 NXC 대표.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매물로 나왔다.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지분 매각에 나섰다. 게임산업에 대한 흥미 상실과 송사에 따른 피로감이 김 대표의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게임 신화' 김정주, 넥슨 파는 이유는=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본인(67.49%)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와이즈키즈의 NXC 주식 전량(98.84%)을 매물로 내놨다. 와이즈키즈는 김 대표와 유 감사가 주식 전량을 보유한 회사다.

김 대표는 회사 매각 주관사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예비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NXC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 넥슨,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지티 등 모든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의 회사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수년 전부터 김 대표가 게임산업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이끄는 NXC가 투자한 업체들은 유모차(스토케), 레고 거래 사이트(브릭링크), 암호화폐 거래소(코빗, 비트스탬프), 애완동물 사료(아그라스 델릭) 등 비게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학동창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공짜주식 논란과 그에 따른 송사 역시 김 대표가 경영에 흥미를 잃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 대표는 2016년 진 전 검사장 비리 의혹에 연루돼 2년 가까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송사 과정에서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 김 대표는 무죄 판결 이후 지인들에게 자주 "쉬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약속 이행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무죄 판결 직후 자녀 경영권 불승계와 1000억원이 넘는 사회환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넥슨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총수가 된 것 역시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대외 정보 노출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韓 게임신화' 김정주, 그가 '넥슨' 파는 이유는

◇창업 24년만 '매각' 결정… 기업가치 '최대' 시점?= 김 대표의 매각 결정은 1994년 넥슨 창업 이후 24년 만이다. 김 대표는 넥슨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서 글로벌 게임사로 키워내며 창업 신화를 썼다. 넥슨은 세계 최초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연이은 흥행작을 배출했다. 국내 게임산업 발전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김 대표는 치밀한 경영능력과 적극적인 기업 M&A(인수합병) 결정으로 넥슨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M&A 귀재'로 불리는 김 대표가 넥슨 기업가치를 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매각 결정을 내렸다는 시각도 있다. 넥슨이 실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주요 시장인 한국과 일본에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로열티를 제외한 한국 실적은 지난해 1~3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디셀러인 PC게임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모바일게임 영역에서 확고한 매출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은 건 수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며 "최근까지 게임이 아닌 신산업 투자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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