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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사기 그 후…사기꾼은 안잡히고 피해자는 우울증

머니투데이 김종훈 , 안채원 인턴 기자 2019.01.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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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③] 사기 신고해도 10명 중 8명은 안잡혀…사기꾼 잡아도 피해금 회수는 어려워

편집자주 '사기범죄율 1위'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에는 각종 사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온다. 한국은 어쩌다 사기공화국이 됐을까? 각종 사기 사건들을 통해 진화하는 사기꾼들의 사기 수법과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이유 등을 분석해 사기 범죄와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분들도 있어요. 전화 해서 울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데 일단 고소부터 하라고 하죠. 그런데 당한 사람이 끝까지 사기꾼을 믿고 고소조차 잘 안 하려 해요. 지금 고소를 해버리면 내 돈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면서 무서워서 고소를 안 한다는 사람도 많아요.”

각종 금융 사기 피해자 지원 모임을 운영 중인 A씨는 사기를 당하고 난 후 피해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실제 사기 범죄는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사기꾼이 법적 처벌을 받고 피해금을 회수하는 등 피해가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안정화씨(37·가명)는 지난해 여름 검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씨의 통장 계좌가 명의도용으로 신용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으니 그 전에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놔야 한다고 것이었다. 당장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은행 앞까지 갔던 안씨는 “은행 앞에서야 정신이 돌아와 ‘돈을 넣지 않겠다’고 했더니 욕을 하며 끊었다”며 “지금은 뻔한 보이스피싱 같지만 그 때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고, 이후에는 어떻게 이런 데 속을 수 있나 스스로가 바보 같고 자책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안씨 만이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12월 발표한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절도나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34.3%)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두려움’(20.9%), ‘불면증, 악몽, 환청, 두통’(16.4%), ‘고립감’(11.6%)을 겪고 있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심지어 ‘사회생활 및 인간관계에 곤란을 겪고 있다’(11.5%)는 답도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조영오 범죄통계센터장은 연구서에서 “지난 6년간 사기나 절도 등의 재산범죄피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내용을 살펴본 결과, 사기 등의 재산범죄 피해를 당하고 난 뒤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한 이들이 21.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37.8%) ‘증거가 없어서’(23.7) ‘다른 방식이나 개인적으로 처리·해결해서’(11.23%),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10.12%)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범죄가 발생한 경우는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았다.

사기꾼을 잡는 게 쉽지 않아 신고해도 실제 피해회복과 처벌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범인이 모두 검거된 경우는 전체의 19.3%, 아무도 검거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9.7%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기를 당하고 피해금을 회수했다는 이들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피해액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가 83.3%로 회수율이 17%도 채 되지 않았다. ‘일부 회수했다’는 15% ‘전부 회수했다’는 1.62%였다.

A씨는 사기꾼을 잡기 힘든 이유로 “피해자들이 자기가 어떤 과정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잘 모르고, 사기를 당해도 사기당한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경찰과 검사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고, 돈 불려달라고 마냥 맡겨놨다가 사기 당했으니 그걸 잡을 수 있겠냐”고 답답해했다. 또 “사기꾼들도 피해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준다’는 식으로 회유하고 피해자들은 이를 믿는다”며 “그래서 고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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