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자영업자에 '방카 꺾기'..금감원 실태조사 착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8.12.28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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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 10건 중 1건은 중도해지로 원금손실...펀드·ELS 판매 '드라이브'에 금감원 고강도 검사예고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꺾기’를 하고 있다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민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방카슈랑스 영업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으로 2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지만 보험가입자 10명 중 1명은 중도해지로 인해 납입한 보험료의 ‘원금’도 못 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보험뿐 아니라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해서도 내년에 고강도 검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보험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지 영업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금감원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차주(대출자)들이 은행의 방카슈랑스 ‘꺾기’와 관련한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돈줄 막힌 자영업자에 '방카 꺾기'..금감원 실태조사 착수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빌미로 대출자에게 예·적금,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법 제52조는 은행의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 가입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해준 뒤 1개월 안에는 보험과 예금 등의 상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



대출 집행 후 30일이 지난 다음 보험이나 예금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면 현행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방카슈랑스 ‘꺾기’는 대부분 대출이 나간 뒤 31일부터 60일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는게 금감원 분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판매된 보험계약 가운데 10%가량은 중도해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상품은 초기에 떼는 판매 수수료가 보험료의 3%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중도해지할 경우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다 돌려받지 못한다. 당장 대출이 급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은 일단 보험에 가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3조4127억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권 실적이 2조2644억원에 달한다. 보험 판매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66%를 웃돈다.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은 올 상반기 227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방카슈랑스뿐만 아니라 펀드, ELS 등 고위험상품에 대한 영업행위 검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과 자영업자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권은 내년 대출 성장 목표치를 전년 대비 일제히 하향 조정하는 대신 보험, 펀드 등 비이자 수익 강화를 위해 고위험상품 판매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마땅한 수익원을 찾기 어려워진 은행권에서 보험, 펀드 등 고위험상품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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