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강미선 기자, 서진욱 기자, 유희석 기자, 김진형 기자 2018.12.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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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열풍 1년](종합)

편집자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즉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블록체인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어서다.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된다. 1년 전 ‘이카로스’처럼 힘차게 날아오르다 초라하게 추락해버린 가상자산의 몸값을 통해 코인 이코노미의 실상을 짚어본다.

/삽화= 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 김현정 디자인기자.


가상자산은 끝났나…토큰 이코노미 붕괴 위기
['가상통화' 열풍 1년]<1>비트코인 1년 전 대비 80% 급락…규제, ICO불신, 하드포크, 51% 공격 등 악재



블록체인은 한때 인터넷 이후 최대의 발명으로 꼽혔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 없이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해 거래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거래 참여자들이 인증 대가로 받는 것이 가상자산, 즉 코인이다. 이 때문에 코인 이코노미는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을 바꿀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떠받치는 코인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국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25일 비트코인 가격은 430만원 안팎에서 형성됐다. 지난 16일에는 356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6일 최고가 2598만8000원과 비교하면 1년만에 80% 급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인 ATH코인인덱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 대비 81% 하락했고 리플과 이더리움은 각각 89%, 91% 떨어졌다.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은 1년 전인 지난해말에서 올초 사이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은 우선 전세계적인 규제 강화와 ICO(가상자산 공개)에 대한 신뢰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투자자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등을 이유로 실명확인 가상계좌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가상자산으로 신규자금 유입이 사실상 차단됐고 ICO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국 등 다른 대다수 국가도 가상자산이 테러자금 등으로 쓰일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했다.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잠적하는 등 스캠(사기)이 기승을 부리면서 ICO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캐시의 ‘하드포크’(Hard Fork)를 두고 채굴업자와 개발자들의 다툼이 잦아지면서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하드포크는 기존 체인과 전혀 다른 새로운 체인을 연결하는 행위로 블록체인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 위해 이뤄진다. 하드포크 진행 후 기존 블록체인과 새 블록체인이 양립할 수도 있지만 참여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할 경우 한 쪽이 다른 쪽 블록체인과 관련 가상자산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하드포크 논란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도 가져왔다. 기존 블록체인에 개선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새로운 체인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생태계 참여자들의 다툼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전력 소비가 과도하다’, ‘속도에 한계가 있어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렵다’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상태다.

‘51% 공격’도 블록체인의 한계로 꼽힌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합의한 거래를 블록을 쌓듯 연결해가는 기술인데 모든 참여자들의 찬성을 기다릴 수 없어 과반수가 참여하면 거래를 완성한다. 이때 특정 세력이 51%를 확보하면 거짓 기록을 쌓아갈 수 있는데 이것이 ‘51% 공격’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 ‘51% 공격’으로 비트코인 골드 200억원 어치를 훔쳐가는 해킹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은 토큰 이코노미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건물주가 가져가는 임대료에서 알 수 있듯 필연적으로 ‘돈’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의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다. 반면 블록체인과 이를 활용한 토큰 이코노미는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가치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예컨대 유튜브에선 광고비 대부분이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의 몫이고 콘텐츠 제공자는 극히 일부만 가져간다. 반면 블록체인으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면 콘텐츠 제공자와 광고주가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 없이 바로 연결돼 콘텐츠 제공자가 모든 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한 사람은 ICO로 자금을 조달하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발행한 가상자산 가치가 올라 돈을 버는 구조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ICO 인기가 시들해지며 블록체인 개발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미 발행한 가상자산도 가치가 하락해 블록체인 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주목 받으며 가상자산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코인 이코노미를 위협한다.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인 만큼 특정 사람들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가상자산이 필요없다. 기업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성해 가상자산 없이 필요한 기술만 이용하는 추세다.

다만 가상자산 가격 하락이 토큰 이코노미의 붕괴나 블록체인 기술의 무용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초보다는 여전히 2배 이상 높은 상태다. 2017년 1월 비트코인 가격은 100만원 안팎이었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식시스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처럼 가상자산 가격이 떨어졌다고 가상자산이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며 “1년 전 과도한 붐업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가 취해 있었다면 내년에는 가상자산과 거래사이트 모두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토큰 없어도 돼"…프라이빗 블록체인 득세
['가상통화' 열풍 1년]<2>가상자산 '한파'에 프라이빗 블록체인 관심↑…금융·유통·물류·공공 등 다양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 폭락 등의 여파로 관련 거래 시장이 냉각기를 맞고 있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축 열기는 활발하다. 특히 대기업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산업 및 서비스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의 종류 중 하나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관이나 기업이 운영 주체가 돼 사전에 허가받은 이들만 쓸 수 있다. 모두에게 개방돼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보상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필요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발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은 금융, 제조, 유통, 물류,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를 활용해 유럽 해운물류 사업에 진출했다. 내년 2월까지 네덜란드 ABN 암로은행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와 연계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호환성 검증이 완료되면 아시아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도착하는 물동량을 대상으로 △수·출입 대금 확인 등 금융 거래 간소화 △수·출입 관련 서류 실시간 공유 △서류 위·변조 차단 등을 할 수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유럽에서 국내 해운물류 블록체인 사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프로젝트로 이어졌다”며 “물류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해외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CNS도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구축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조폐공사의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가 신호탄이다.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기반 지역상품권 운영시스템을 설계해 내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향후 지역 암호화폐 발행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디지털 지갑을 생성해주고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문서인증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유통 분야도 블록체인 적용이 활발하다. 제품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제품 유통 상태나 정품 여부 등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신선식품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유통 과정에서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반 콜드체인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동통신사들도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인 ‘전 국민 모바일 신분증’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을 매개체 삼아 다양한 제휴사들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이사업체 통인익스프레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이주 관련 O2O 플랫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의 모바일 신분증 기반 네트워크에 연결된 제휴사들은 고객 식별정보를 통해 고객이 이사 날짜, 이사 지역, 이사 사유 등에 따라 최적화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해 회사의 평판을 확인하고 블록체인이 보증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암호화폐 투기 논란에서 자유로운 데다 정부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새해 6개 부처를 통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공공선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관광·계약·식품안전·의료·전자문서 등 분야에서 올해의 2배인 12개 과제가 선정됐고 총 8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진흥이 암호화폐와 철저히 분리된 채 진행되고 있다”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개발, 관리, 보안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거래에 대한 다양한 검증 및 외부 연계, 규제 준수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기업이나 기관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폐업, 감축… '한파' 휩싸인 블록체인 스타트업
['가상통화' 열풍 1년]<3>대규모 인력감축, 폐업 선언 사례 속출… ICO 어려워지면서 자금줄 막혀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블록체인 업계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한파에 휩싸였다. 대규모 감원, 사업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폐업 사례도 나왔다. 투자자 이탈과 ICO(암호화폐 공개) 연기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체도 상당수다.

◇'자금난'에 인력감축·폐업… 유력업체들의 '몰락'=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스팀잇은 지난달 말 직원의 70% 이상을 해고했다. 인건비와 서비스 운영 및 개발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스팀잇은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리면 성과에 따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이더리움 기반 개발사 컨센시스 역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더리움 공동창시자인 조셉 루빈이 설립한 컨센시스는 임직원 1200여명에 달했던 유력 블록체인 업체다. 현재까지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150여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10여곳이 콘텐츠 업데이트를 중단하며 연쇄 폐업설이 돌았다.

이더리움클래식 기반 개발사 ETCDEV는 아예 폐업을 선언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탓이다. 이고르 아르타모노프 ETCDEV 창업자는 "1년 전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암호화폐 폭락장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결국 우리도 시장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고르 아르타모노프는 불과 5개월 전 국내 행사에 참석해 ETCDEV 로드맵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 "'힘들다'는 말만 들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ICO 계획을 미루면서 프로젝트 일정 자체가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 초부터 우후죽순 생긴 암호화폐 거래소들 역시 수수료 수익 감소로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는 "주변에서 '힘들다'는 말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특히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그라들고 있다"며 "ICO를 하더라도 목표 금액 달성에 실패할 게 뻔하기 때문에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ICO에 성공한 업체들도 자금난에 허덕이기는 매한가지다. ICO로 조달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체 예산 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ICO에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음에도 자금 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폭락장에 가치 하락을 우려한 ICO 프로젝트들의 암호화폐 투매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낙폭을 더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O 프로젝트들이 상당한 물량을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투자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폭락장은 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추가 투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연쇄적인 폐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가상자산거래사이트 '고사' 위기
['가상통화' 열풍 1년]<4>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거래 줄며 이익 급감…중소형 사이트는 폐업하기도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거래사이트가 고사 위기에 빠졌다. '가격하락→거래대금 감소→수수료 감소'라는 공식에 따라 이익이 줄고 있어서다.

25일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상반기 순이익은 39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비티씨코리아닷컴은 417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순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두나무의 올해 순이익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분 22.3%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에 반영된 지분법손익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109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카카오에 반영된 지분법손익은 246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에 반영된 지분법손익은 354억원으로 이를 역산하면 두나무는 올해 3분기까지 1572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었지만 업비트가 지난해 10월24일 오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월 평균 순이익은 지난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빗썸과 업비트는 국내 1~2위 거래사이트로 사정이 그나마 낫다. 업계 3~4위인 코인원과 코빗은 올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더 작은 거래사이트는 폐업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소 거래사이트 지닉스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지닉스는 국내 첫 가상자산 펀드 'ZXG 크립토펀드 1호'를 출시했지만 금융당국의 주의를 받은 후 투자를 받지 못해 결국 폐업했다.

거래사이트의 어려움은 가상자산 붐이 꺼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지난해말 대비 반토막에서 5분의 1토막까지 폭락하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지난해말 한때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7조원이었으나 지금은 6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거래수수료를 0.1%라고 하면 과거엔 하루에 70억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10분 1수준인 6억원밖에 못 번다.

한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거래가 급증하며 인력을 대거 채용했는데 거래가 줄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지난해 돈을 벌어 놓은 거래사이트들은 그걸로 연명하고 있지만 여유가 없는 중소형 거래사이트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가 줄면서 거래사이트들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빗썸은 지난 10월 홍콩에 이더리움 기반의 탈중앙화된 거래사이트 '빗썸 덱스'(DEX)를 오픈했고 내년에는 미국 핀테크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증권형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를 설립할 계획이다.

업비트는 지난 10월말 싱가포르에 거래사이트를 연데 이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환경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 해외 거래사이트 진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가상자산 가격 끌어내린 '규제', 현재는?
['가상통화' 열풍 1년]<5> 각국 규제 체계화 시동… ICO에 규제 집중, 기술 발전·투자자 보호도 진행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규제 강화가 한 자리 차지한다. 규제는 가상자산이 돈세탁이나 마약 거래 등 범죄 수단은 물론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자연스레 잇따랐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단순히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분산 원장 기술(DLT)'이나 블록체인(공공 거래 장부) 발전을 위한 관련 제도 정비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가상자산 규제는 가상자산공개(ICO)에 집중됐다. 새로운 가상자산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ICO는 그동안 제대로 된 제도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면서 시장 과열, 사기 위험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ICO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7년 9월 "ICO가 중국의 경제 및 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ICO를 통한 자금조달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반면 가상자산에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ICO도 증권과 비슷하게 관리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 상장하기 위해서 사업 내용이나 투자 위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처럼, 가상자산도 투자자 보호 조치가 분명하다면 허용한다는 것이다.

유럽도 미국과 비슷한 규제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 금융당국 산하 자문기구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을 크게 △지불형(결제 수단) △유틸리티형(디지털 서비스 이용수단) △자산형(수익 배분 가능)으로 나누고 '양도 가능' 여부에 따라 기존 상품이나 유가증권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결제나 증권처럼 수익 배분에 사용되는 가상자산은 투자 상품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 보호와 부정행위 단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가 필요 없는 유틸리티형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해 기술 발전 및 관련 산업 발전을 추구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ICO에 대한 규제 세분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지원 방지 등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국제적인 과세제도도 마련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융 부문에서 '기술'이 가져올 잠재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가상자산 규제 강화와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에는 지원을 계속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가상자산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 체계화 노력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크립토뉴스는 "2019년에는 세계 각국 정부가 ICO를 둘러싼 규제 체계화와 과세 제도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이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제도화하면 가상자산 사용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희석 기자

막가는 거래사이트 "통제수단이 없다"
['가상통화' 열풍 1년]<6>유일한 통제수단 '실명거래제' 무력화…불투명성 커졌지만 정부·국회는 방치

올초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은 1월말 거래실명제(실명확인계좌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잡히기 시작했다.

실명확인계좌서비스는 실명확인된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로의 입출금을 제한한 조치로 거래사이트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불투명한 자금의 시장 유입을 차단했다. 돈줄이 좁아지면서 거래 과열은 진정됐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불길은 잡혔지만 시장이 투명해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회사 소개가 없거나 업력을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신생 거래사이트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MT리포트]초라해진 '가상자산'… 블록체인은 괜찮을까
#거래사이트 'A'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두리 거래소'로 불린다. 입출금을 수시로 통제해 한번 들어온 자금이 거래사이트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출금이 안되다 보니 이 거래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일부 가상자산의 가격이 폭등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해외 거래사이트의 평균 시세 대비 1000배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거래사이트 'B'는 다른 거래사이트에는 없는 코인이 다수 상장돼 있다. 이 코인들은 발행주체가 불명확하고 백서도 기존 코인의 기술적인 부분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코인임에도 'B' 사이트는 이 코인들의 해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올려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처럼 사기가 의심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지 않는 이상 통제할 수단이 없다.

그나마 불투명한 거래사이트들을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실명확인계좌'는 법원에 의해 무력화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말 NH농협은행으로부터 거래중단(계좌 입금정지) 통보를 받은 거래사이트 '코인이즈'가 제기한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정부는 1월말 가상통화 거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실시하면서 은행에게 실명확인계좌가 아닌 일명 '벌집계좌'(법인계좌)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받는 거래사이트의 계좌를 폐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은행 계좌가 폐쇄된 거래사이트는 투자자의 자금을 받을 길이 없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은행의 거래사이트의 계좌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갑을'이 뒤바꼈다. 그동안 실명확인계좌를 내달라고 사정하던 거래사이트들은 더이상 은행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인이즈 사건 이후 '캐셔레스트'는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비슷한 가처분을 내 이겼고 최근 기업은행을 상대로도 같은 가처분을 내놓은 상태다. 블록체인 특허건수 국내 1위로 국정감사장에까지 출석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호소했던 '코인플러그'는 결국 법인계좌로 투자자 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실명확인계좌를 쓰고 있는 거래사이트가 반드시 투명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1월말부터 실명확인계좌를 쓰고 있는 국내 대표 거래사이트 '빗썸'은 뒷돈 상장 논란에 이어 해킹 사고가 터졌고 '업비트'는 가짜계정을 만들어 허위거래를 일으킨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방치는 계속되고 있고 국회는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수차례 토론회만 열뿐 이미 발의돼 있는 거래사이트 규제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실명확인계좌 이후 거래과열은 진정됐지만 거래투명성은 제고되지 않았다"며 "코인시장은 존재하고 당분간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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