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남자에서 여자로' 30년 변천사 공개한 트랜스젠더(영상)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강선미 기자 2018.12.29 06:00

[#터뷰] 트랜스젠더 유튜버 파니 "우린 다른 존재가 아니에요"

편집자주 | #트랜스젠더 #유튜버 #파니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지난 18일 트랜스젠더 유튜버 파니씨(32·본명 오희나)가 머니투데이 본사를 찾았다. /사진=김소영 기자지난 18일 트랜스젠더 유튜버 파니씨(32·본명 오희나)가 머니투데이 본사를 찾았다. /사진=김소영 기자


"가슴 수술한 거야?"


"남자 화장실 가, 여자 화장실 가?"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애는 입양할 거야?"

언뜻 봐도 무례한 농담과 질문을 일상적으로 들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이 자신을 인식하는 성별(성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 바로 트랜스젠더(transgender)다.

국내 트랜스젠더의 숫자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정부 차원의 조사나 연구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 'MTF'(male to female·남성의 신체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은 여성인 사람), 'FTM'(female to male·여성의 신체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은 남성인 사람), '젠더퀴어'(genderqueer·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까지 그 범주도 굉장히 다양하다.

2002년 국내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 하리수씨(43)가 커밍아웃한 후 숨어있던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양지로 나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에 손쉽게 노출된다. 호르몬 투여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원하는 삶을 찾았음에도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른다.

숱한 비난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세상에 나온 트랜스젠더가 있다. 올해 4월 유튜브를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유튜버 파니씨(32·본명 오희나)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427만번 조회됐다.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 하리수 보며 여성으로서의 삶 꿈꿔




2014년 7월 국내 개인 방송 매체 아프리카tv에서 '여캠 BJ'(개인방송에서 얼굴을 내보이며 방송하는 여성 BJ)로 활동을 시작한 파니씨는 2015년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비난이 쏟아질까 두려웠고 놀란 팬들이 떠날까 걱정됐지만 결심은 확고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파니씨의 변화 과정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어린 시절 주변 어른들은 그에게 '계집애 같다', '좀 더 씩씩하게 행동해라' 등의 말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이게 자연스러운데 왜 그럴까'하고 가볍게 생각했을 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6학년쯤이었을까, 사춘기가 왔다. 갑작스레 찾아온 혼란은 이내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를 보고 설렜어요. '내가 동성애자인가?'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어요. 동성애자에 관한 검색도 해보고 책도 많이 찾아봤죠. 그러다 트랜스젠더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5세 시절(위쪽), 17세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5세 시절(위쪽), 17세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
성전환 수술은 소수의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경우라 생각한 그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모든 걸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다 TV에서 하리수씨를 보며 일반인도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술을 결심했다.





"나는 운이 좋은 트랜스젠더"




"엄마, 아빠. 사실 나 트랜스젠더야."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그는 부모님 앞에서 커밍아웃했다. 처음에는 황당해하며 믿지 않던 부모님은 그가 성전환 수술을 말하자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당신의 아들이 평범한 '남자아이'들과는 다르단 사실을.

"부모님도 굉장히 혼란스러우셨을 거예요. 우시면서 화를 내시더라고요. '네가 어딜 봐서 여자냐'고 하셨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라도 수술할 거다'라고 완강하게 말씀드렸어요. 결국 끝까지 반대하셔서 가출했지만요."

몸도 마음도 어렸던 그에게 가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사기꾼을 만나 모은 돈을 모조리 날리기도 했고 잠복 중이던 아버지에게 잡혀 들어오기도 했다. 세 번째 가출했을 땐 또다시 잡히기 싫어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가 돈을 벌었다.

"호르몬 투여를 하고 성형수술을 하면서 4~5년 동안 숨어 살았어요. 성전환 수술을 위해 병원을 예약하고 나서야 부모님을 만났어요. 이제는 집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몇 년 만에 자식이 너무나 달라진 외모로 돌아와서 힘드셨을 법도 한데 저를 이해하시려고 많이 노력하신 거죠."

가출해 열심히 돈 벌며 생활하던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 호르몬 투여와 성형수술을 받으며 차츰 여자의 모습으로 변해 갔다. /사진제공=파니씨가출해 열심히 돈 벌며 생활하던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 호르몬 투여와 성형수술을 받으며 차츰 여자의 모습으로 변해 갔다. /사진제공=파니씨
갈등과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가족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자식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한 아버지가 친척 앞에서 먼저 커밍아웃을 한 것. 파니씨는 "아버지가 '우리 애가 성전환 수술을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달라'고 친척들 앞에서 용기 있게 말씀하셨다"며 "지금은 유튜브 하는 것도 응원해 주시고 힘든 것 없냐고 먼저 물어보시면서 물심양면 도와주고 계시다"고 웃었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떠나간 친구들은 없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고1 때였나, 친한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하며 '나 하리수씨처럼 수술할 거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는 답이 돌아왔어요. 너무나 고마웠죠."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파니씨의 사진(왼쪽), 오른쪽은 24세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파니씨의 사진(왼쪽), 오른쪽은 24세 시절의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
성전환 수술 후에도 친구들은 여전히 그를 똑같이 대해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파니씨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너랑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친구들 덕분에 힘든 시간도 버텨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운이 좋다고 표현할 정도로 친구에게 이해받는 것이 힘든 일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제가 만약 평범한 다수 쪽의 사람이고 내 친구 중에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며 "처지를 바꿔 생각하니 충분히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더라"며 미소지었다.





성전환 수술은 인생의 전환점?




파니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과 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수술 후 인생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냐'고 묻자 "사실 수술 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란 기대는 안 했다"는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수술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미 호르몬 주사를 맞고 성형수술을 해온 저로서는 성전환 수술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찍은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 /사진제공=파니씨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찍은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 /사진제공=파니씨
최종 수술까지 끝난 지금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삶의 질과 삶의 만족도가 월등히 올라갔다는 걸 느낀다"며 웃어 보였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굉장히 없었어요. 어딜 가든 저를 행동이 유별난 남자애, 이상한 사람으로 보니까 남들 앞에 서는 게 창피했어요. 마음은 여자였지만 외적으로는 여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여서 힘들고 우울했죠. 지금은 자신감도 찾았고 뭘 해도 당당할 수 있어 좋아요."





트랜스젠더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다




용기를 내 모든 이야기를 공개했지만 수많은 비난과 조롱이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생방송 중에도 도를 넘는 질문이 종종 올라왔다. 민감하고 무례한 질문을 단지 '호기심'으로 포장해 물어보는 것. 이에 파니씨는 유튜브를 통해 "가슴 수술 한 거냐?", "목소리가 왜 그러냐", "남자 화장실 가냐, 여자 화장실 가냐" 등 트랜스젠더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들에 관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참기 힘들었던 말은 '결혼은 어떻게 할 거냐', '아이는 입양할 거냐'는 것이었다. 그는 "일반 남성이나 여성들에게도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지 않냐"며 "결혼하는 트랜스젠더는 몇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괴롭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 파니씨(32·본명 오희나). /사진제공=파니씨
그럼에도 파니씨는 흔들리지 않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내면도 단단해졌기 때문.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수많은 악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트랜스젠더 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오랫동안 품어온 작은 바람을 전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트랜스젠더도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에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단 주변의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이라 생각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우린 다른 존재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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